최저임금 시행령 연일 '성명서 전투'…경총 "입법 필요" vs 정부 "당장 시행"

시행령 개정 앞두고 대립 격화

최저임금 계산에 유급휴일(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연일 ‘성명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주휴시간을 최저임금에 넣는 근거규정을 명확히 못 박겠다는 정부와 시행령대로라면 대법원 판례 취지와도 어긋날뿐더러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범법자로 몰린다는 산업계의 격렬한 대립이다.


경총은 19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최저임금이 가장 낮게 산정되는 기준을 적용해 태생적으로 오류가 있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행정지침을 운용해왔다”며 “대법원은 행정지침의 원천적 오류를 지적하며 이를 실효(失效)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시행령보다 상위인) 국회 입법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용부 지침은 근로자가 받은 월 급여를 시급으로 환산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분자인 월 급여에는 매주 만근하면 주는 주휴수당을 포함하고 분모인 월 근로시간에도 주휴시간을 넣도록 했다. 최근 신입 초봉 평균이 5,000만원에 이르는 현대모비스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걸려 고용부 시정지시를 받은 이유도 이 회사가 주 2일로 정한 주휴시간이 포함돼 분모가 243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 기존 판례는 일관되게 주휴시간을 제외한 소정 근로시간만을 분모에 넣도록 해왔다. 이 경우 분모는 주 40시간 근로 기준 174시간이 된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와 행정지침의 불일치를 해소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고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내년 1월1일부터 당장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경총은 지난 17일 “기업은 유급휴일수당은 근로제공이 없어도 지급해야 하는 임금으로 그 자체로도 강제 부담인데 최저임금 산정방식까지 불리하면 이중으로 억울하다.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그러자 이튿날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시간급 상정시 근로자가 받은 임금과 일하는 시간이 상응해야 한다고 판결해왔고 고용부 지침과 달랐던 건 시행령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결과일 뿐”이라며 “현장의 혼란을 막고 최저임금법 취지에 맞게 주휴시간을 포함시킨 시행령을 내년부터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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