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도…'손'쉽다

손흥민, 아스널전서 결승골
토트넘 2대0 승리주역으로
맨유 뺀 EPL 빅클럽 모두 '골맛'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20일 리그컵 아스널전 승리 뒤 결승골을 도운 델리 알리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라이벌 팀의 거센 야유에 골로 답했다.

잉글랜드프로축구 정상급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이 아스널 골문도 열어젖혔다. 지난 2010년 11월 이후 무려 8년 만의 아스널 원정 승리를 토트넘에 안겼다. 손흥민은 이른바 잉글랜드 ‘빅 클럽’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득점만 없을 뿐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전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아스널 홈구장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을 치른 뒤 그라운드에 남아 승리의 기쁨을 오랫동안 만끽했다. 팬서비스를 마치고 당당하게 돌아오는 손흥민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끝까지 기다렸다가 뜨거운 포옹으로 맞았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20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에서 델리 알리가 찔러준 공을 두 번 터치한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몸을 날려봤으나 이미 늦었다. 오른쪽으로 빠져 들어가며 수비수 3명이 세운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벽하게 뚫은 뒤 간결하게 결정지었다. 2015년 잉글랜드 진출 후 4시즌 만에 터뜨린 ‘북런던 더비’ 첫 골이었다. 아스널과 9번째 만남에서 마침내 골망을 출렁였다.

아스널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뚫고 만들어낸 득점이라 더 짜릿했다. 앞서 2일 정규리그 원정 때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는 과정을 두고 일부는 다이빙(주심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넘어지는 동작) 의혹을 제기했다. 아스널 팬들은 약 2주 전의 일을 떠올리며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보란 듯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왼쪽 가슴의 토트넘 엠블럼을 자랑스럽게 움켜쥐는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9일 정규리그 레스터시티전 이후 3경기 만의 시즌 6호 골(리그 3골, 리그컵 3골). 12월 들어 3골 2도움을 몰아치고 있다.

손흥민을 후반 34분 벤치로 불러들인 토트넘은 2대0 완승으로 지난 리그 맞대결에서의 2대4 패배를 되갚았다. 후반 14분 해리 케인의 연결로 알리가 쐐기골을 넣었다. 토트넘의 2골은 모두 골킥 뒤 한두 번의 패스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2010년 11월 정규리그 3대2 승리 뒤 이 경기 전까지 에미리츠 스타디움 원정 5무10패에 시달리던 토트넘은 8년 만의 원정 라이벌전 승리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경기 이후 손흥민은 “복수라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 정말 기분 좋았다. 팬들에게 기분 좋은 밤을 만들어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알리(8점) 다음으로 높은 평점 7점을 매겼다.

지난달 1일 웨스트햄과의 16강에서 시즌 첫 골 포함, 2골을 몰아쳤던 손흥민은 리그컵 2경기 3골의 무서운 흐름을 이어가며 4강에서 첼시를 만나게 됐다. 4강은 1·2차전으로 나눠 열리며 토트넘 홈에서 치를 1차전은 내년 1월 둘째주, 첼시 홈으로 옮길 2차전은 넷째주에 진행된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추후 결정된다. 손흥민은 지난달 25일 정규리그 첼시전에서 50m 단독 돌파에 이은 ‘원더골’을 터뜨린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프리미어리그 11월의 골로도 뽑힌 작품이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은 4강 1차전만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오는 24일 오전1시 정규리그 에버턴전에서 연속골에 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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