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1964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올해 말과 내년 초 KB국민·신한·KEB하나은행도 임단협을 마무리한 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어서 5대 시중은행에서만 2,000명의 50대 직원들이 떠나게 됐다. 지방은행에서 불기 시작한 희망퇴직이 시중은행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64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규모를 키우기 위해 특별퇴직금은 월 평균임금의 36개월치를 지급하고 재취업지원금으로 2,000만원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늘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퇴직보다 상당히 조건이 좋아 승진 누락자나 미보직자를 중심으로 상당수가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가 500명 정도이고 통상 70~80%가 신청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퇴직자는 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70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신규채용 늘린만큼 명퇴도 늘어 ‘원점’
직원반발에 매년 위로금 상승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악순환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임금피크제 적용자(1962년생)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해 신청자 610명 중 597명을 14일 퇴직 대상자로 확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34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도 임단협 교섭이 마무리되는 대로 임금피크제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할 계획이어서 5대 시중은행이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내보내는 50대 직원은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단협과 별개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2,795명, 올해 1월 407명이 은행을 떠났다. 신한은행은 올 초 전 직급으로 대상을 확대해 700명이 짐을 쌌다. KEB하나은행은 7월 만 4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해 274명(임금피크 퇴직 57명 제외)이 짐을 쌌고 지난해에도 207명이 퇴직했다.
시중은행들의 희망퇴직이 이처럼 수시로 진행되는 것은 정부의 압박으로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거 확대하면서 기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비대면 채널 확대로 점포 수가 축소되고 인력수요도 줄어든데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정도로 여유가 있어 50대 인력들을 중심으로 내보내 채용 여력을 확보하는 식이다. 올해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 인력은 3,250명에 이른다. 사실상 50대 직원이 빠진 부분을 20대 젊은이들로 채우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매년 위로금을 올려주면서 경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자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1인당 평균 약 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는 지방은행도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DGB대구은행의 경우 최대 5억~6억원을 받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들은 올해 말 315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도 신규 일자리 채용을 위해 희망퇴직을 적극 권고하고 있어 부담 없이 윗세대를 빼고 아랫세대를 넣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지금보다 늦추는 방안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은행 노사만 진입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KB국민은행 노사는 임단협이 최종 결렬돼 파업위기를 맞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노조위원장이 바뀌면서,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의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이 지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