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지수는 20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이어 연방 정부의 일시 폐쇄(셧다운) 우려가 재발하면서 큰 폭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64.06포인트(1.99%) 내린 22,859.6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9.54포인트(1.58%) 내린 2,467.4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8.42포인트(1.63%) 하락한 6,528.41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장중 한때 2%가량 급락하면서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내리는 약세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나스닥은 6,487.75선 아래서 종가를형성하면 2009년 3월 이후 장기간 지속한 강세장을 마감하게 된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일 결정 이후 파장과 셧다운 우려, 미·중 무역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연준이 전일 금리를 인상한 이후 내년에도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불안이 확산했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지속하리란 점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지속한다면 경기 둔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형성됐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미 연방 정부의 셧다운 관련해서도 우려가 다시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전일 상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후 성명을 통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반영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라이언 의장은 하원에서 새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요인이 불거졌다. 미 법무부는 이날 안보 관련 정보는 물론 주요 기업의 사업 기밀, 지식재산권 정보 등을 빼돌린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중국이 이들의 행동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목별로는 약국 체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주가가 매출 부진 영향으로 5.0% 급락 마감했다.
경제지표도 다소 부진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전주에서 8만 명 증가한 21만4,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방위적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약세장 지속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증시에 앞서 끝난 유럽 주요국 증시도 미국의 긴축적 통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주요 지수들이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44% 내린 10,611.10을 기록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도 1.78% 하락한 4,692.46으로 마감했다. DAX 지수는 2016년 12월 1일 10,534.05로 저점을 기록한 뒤 줄곧 13,000선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서 다시 11,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0.80% 하락한 6,711.93을 기록했으며 범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 역시 1.68% 하락한 3,000.06을 기록하면서 3,000선을 위협받게 됐다.
독일 증시에서는 도이체방크가 7.81% 하락했고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도 4.17% 빠졌다.
전날 소폭 반등했던 국제유가는 다시 미끄럼을 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29달러(4.8%) 하락한 45.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이후로 18개월만의 최저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오후 배럴당 2.50달러(4.37%) 내린 54.74달러에 거래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와 맞물린 수요감소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뉴욕증시의 불안정한 움직임도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원유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국제금값은 소폭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50달러(0.9%) 상승한 1,267.90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의 금의 투자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분석됐다./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