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내년 2월 말 퇴임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린 트윗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새 국방장관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군 결정에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이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몇몇 현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가 다르다고 밝히며 사임 의사를 피력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당신과 더 잘 맞는 견해를 가진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서신을 보냈다. 미국 국방부 수장이 시리아 미군 철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사건은 앞으로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재임 기간 새로운 전투 장비 구매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이 있었고, 그는 동맹국들과 다른 나라들이 군사적 의무를 분담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의 봉사에 매우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매티스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이른바 ‘어른들의 축’ 3인방 모두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게 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매티스 장관이 미군의 시리아 철수에 반대한 것을 짚으며 “이 불화 때문에 트럼프는 국내외에서 널리 찬사를 받았지만 군 통수권자와는 의견 차이가 컸었던 관료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북한 핵을 둘러싼 위기감이 정점에 달했을 때 군사적 옵션 대신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싣는 등 그동안 대외 정책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자주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파헤친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는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의 속마음이 민주당에 있는 것으로 생각해 그를 싫어한다며 11월 중간선거 이후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미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 가진 인터뷰에서 ‘매티스 장관이 내각을 떠나느냐’는 물음에 “만약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나는 그가 일종의 민주당원이라 생각한다”며 “그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 말은 어느 시점에는 모든 사람이 떠난다. 모든 사람은 떠난다. 그것이 워싱턴이다”라고 덧붙였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로 2020년 차기 대선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맞춤형’ 내각 교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을 잇달아 경질했다. 켈리 비서실장의 측근이자 이민정책 수장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추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