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권욱기자
“버스 1,000대를 전기버스로 바꾸는 사업을 수원시·정부와 함께 준비 중입니다. 국내 기업에 발주할 계획인데 고용유발 효과가 3,000명, 전국 버스 8만9,000대를 다 바꾸는 것을 가정하면 27만명에 달합니다. 이런 것이 금융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전국 4위 규모의 수원여객이 신생 사모펀드(PEF)인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스트라이커)에 팔렸다. 이례적이었다. 공공재인 만큼 소위 ‘돈벌이’가 되지 않는 게 여객운수업이다. 수익을 좇는 PEF가 인수하던 기존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단순 인수에서 끝난 게 아니다. 4년여 동안 운영 버스 전부를 전기차로 바꾸는 대담한 ‘실험’이 시작됐다. 공공에 기대왔던 버스회사에 새로운 비즈니스 활로가 열릴까.
21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이태경 스트라이커 대표는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서 확장성이 크다. 특히 승용차보다는 상용차에서부터 ‘특이점(singularity·기술이 인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명을 생산해갈 시점)’이 올 것”이라며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다소 동떨어진 여객운수업에 투자한 것은 전기차의 확장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전기차 시대로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는 멀찍이 뒤처져 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 부문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버스는 300만대가량. 특히 중국은 32만대가량으로 10%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8만대가 새로 도입됐다. 반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버스는 189대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가 미미하다 보니 전기차 제조업 뿐만 아니라 관련 부수산업도 뒤처져 있긴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전기버스를 도입하면 버스회사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전기버스는 기존 내연기관 버스와 비교하면 연료비가 4분의1 수준. 스트라이커가 줄어드는 비용을 고스란히 임직원에게 돌릴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인수 이후 수원여객 종사자의 임금을 15% 올렸는데 전기버스 도입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46%가량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요금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막대한 고정자산 투자비용(CAPEX)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였다. 국산 전기버스의 대당 가격은 4억원가량이다. 1,000대를 살 경우 들어가는 비용만 4,000억원에 달한다. 보조금(전기버스 1억원, 저상버스 9,000만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또 정부보조금은 2019년의 경우 300대로 한정돼 있어 1,000대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대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수원시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을 차례로 두드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중국 전기버스와 경쟁할 발판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들에 단비가 될 수 있고 버스회사의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며 “정부의 운용지원금이 줄면 장기적으로 버스 요금도 안 오를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과 민간에 투자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이 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로 여의도에 발을 디뎠다. 2009년 현대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뒤 2013년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시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할 만큼 이름을 날렸다. 이후 현대증권 신사업팀을 맡게 되면서 기업 분석의 안목을 더 키웠게 됐고 2016년부터 1년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PEF운용파트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자로서의 실전 감각을 키웠다. 누구보다 치밀하게 산업을 분석할 수 있는 머리와 이를 투자로 실행할 수 있는 발을 모두 겸비한 몇 안되는 PEF인 셈이다.
실제로 스트라이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서비스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망라되어 있다. LG전자가 투자한 로봇 액츄에이터와 서비스로봇 개발기업인 로보티즈와 친환경 3D IML 페트(PET) 제조기계를 개발한 신우코스텍의 2대 주주다. 보험영업회사(GA)인 제이케이멤버스와 모바일게임 개발업체인 써니사이드게임즈 등 10개 기업이 스트라이커 투자 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주주와 고객, 임직원 이렇게 기업의 세 주체가 있는데 보통 사모펀드는 고객이나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며 “수익은 조금 낮추더라도 세 주체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김민석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