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프레임 다툼으로 번지나]진보성향 靑참모 vs 관료출신 내각...정책수정 싸고 '힘겨루기'

文· 洪·일부각료 실용노선에 김상조·김현철 등 요지부동
참여정부때 靑참모와 갈등빚은 이헌재 부총리 데자뷔
정부내 자중지란 심화땐 시장혼란·경제 악영향 불보듯


기업 활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 경제정책 전환을 둘러싼 비둘기파와 매파 간 온도 차는 이들이 속한 기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조를 수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취임 후 일관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라고 했는데, 최저임금 속도 조절 등의 언급은 현장 상황을 정책에 좀 더 반영하라는 뜻일 뿐 방향을 튼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미 수정 기조로 얘기를 했고 경제정책방향에도 그런 내용이 담겼는데 (김 위원장 등이) 반박 또는 비판을 하면서 소득성장을 강화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며 “경제는 심리인데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바꾸려는 대통령과 바뀐 게 아니고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 참모, 일부 장관의 거리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들의 출신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관료들은 정책을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수정을 한다. 하지만 진보 성향 학자, 시민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반(反)대기업 활동을 수십년간 해온 경력이 있어 이를 일종의 신념으로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방향 전환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이념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사회운동을 한 인사들은 한 기업에 취직해 정년까지 다니는 게 아니라 항상 다음 옮길 자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대부분 진보 성향의 단체로 이직을 하는데 진보 성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면 ‘변절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친기업적 정책을 펴고 관련 주장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청와대 경제 라인, 경제부처 장관의 인적 구성을 보면 ‘늘공(늘 공무원)’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많다. 어공에는 진보 성향 학자, 시민운동권 출신이 많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편, 개각에서 최소한 늘공이나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인사들로 균형은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를 보면 정책실 내 수석급 이상 인사 5명 중 4명이 어공이다. 김수현 정책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다. 경제부처 장관도 10명 중 6명이 어공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보 성향 학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당 출신 정치인이다. 정부의 다른 한 관계자는 “정치인은 다음 총선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의 진영 성향과 반대되는 친기업적 정책에는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이념으로 짜인 그물을 들고 실용 바람을 잡으려는 모습이 그려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을 설계하고 1년 반 동안 추진해왔던 인사들이 기업 활력을 제고하자는 쪽으로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인사로의 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소득주도 성장으로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진 것이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도 이런 점을 직시하고 방향을 전환한 것 같다. 참모진 개편으로 확실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 기조를 두고 정부 내 ‘자중지란’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장에도 혼란스러운 신호가 갈 수 있다. 정부는 기업 활력을 높인다는데 소득주도 성장은 유지하고 공정경제를 밀어붙인다면 기업 투자는 투자대로 얼어붙어 경제는 악화한다. 또 진보단체로부터 ‘변절했다’는 비판은 비판대로 받는 가운데 지지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규기자 세종=한재영·강광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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