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이들에게 궁금증을 갖게 되는 건 인애의 극중 의상. 92분간 홀로 거친 액션을 펼치면서도 짧은 빨간 원피스와 하이힐을 착용한다. 또한 이 장면은 메인 포스터에 그대로 담겨있다.
이시영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실 그 부분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한 달 이상 스태프와 감독님이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이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배우 이시영 /사진 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시영이 먼저 던진 질문은 ‘굳이 주인공 인애가 빨간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액션을 해야 하느냐?’였다. 영화상 납득되는 장치가 있다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생각 역시 있었다. 결국 오프닝의 강렬함에 담긴 영화 속 상징적인 메시지에 공감했다. 연약한 여성의 ‘분노’와 ‘응징’을 그리고자 했다.
“왜 이 여자가 빨간 치마 하이힐을 신고 카 센터에 와서 해머를 휘두른지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지켜보게 돼요. 거기서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고 봤어요. 이 여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지니까요. 여자의 치마와 하이힐이 여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일 수 있지 않나. 여성의 연약한 다리, 치마, 하이힐 등이 ‘약하다’ ‘예쁜 존재다’ ‘묶여있는 존재’ 라는 여성의 상징을 부각시켜주죠. 하지만, ‘언니’란 영화는 ‘너희가 우습게 봤던 연약한 여성의 분노가 어떻게 응징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라는 마음이 있어요 . 그런 상징들을 액션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복장임엔 분명했다. 이시영은 “불편한 복장을 선택함으로써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영화의 메시지를 믿고 지켜나가려고 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순 없어요요. 그런데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 속에선,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좀 더 채울 수 있는 것을 채우는 게 신경을 썼어요.”
이시영은 상대의 힘을 적극 활용하는 무술인 주짓수를 기반으로 더욱 리얼하고 설득력 있는 액션을 완성시켰다. 홀로 악에 대항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의 처절한 마음, 악을 깨부수기 위해 행해야만 하는 폭력의 타격감이 리얼한 액션으로 이어졌다. 이시영은 이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은 리얼한 액션이었어요. 무엇보다 “대역 없이 하는 것에 대해 퀄리티가 떨어질까봐 걱정이 됐지만 3개월 동안 열심히 주짓수를 배우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이전 영화들에서 보는 스타일리시한 액션과는 또 다른 칼 같이 맞춰진 액션이었어요. 인애라는 인물 자체가 가진 캐릭터는 평소에 살인을 행하는 인물이 아니잖아요. 조금 더 자연스럽고 리얼해야 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무술을 해야 한다고 봤어요.”
이시영은 여성 원톱 영화인 김옥빈 주연의 ‘악녀’ , 김다미 주연의 ‘마녀’의 계보를 잇는 여성 액션 영화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영화 ‘언니’는 동생을 구하는 언니의 액션이 ‘분노’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언니’ 포스터/사진 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악녀’, ‘마녀’ 두 영화 모두 여러 번 봤던 작품이죠. 여자배우로서 부러운 작품이기도 해요. 차별점을 물으신다면, 세 영화 자체가 출발점이 달라요. ‘마녀’ 란 작품은 초인적인 힘을 존재가 주인공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액션을 해도 설득력이 있고 파워풀 해요. 김옥빈 선배님이 하신 ‘악녀’는 워낙 철저하게 훈련된 인물이 펼치는 영화로 시선을 잡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있어요. 저희 영화는 평범한 한 인간이 동생 즉 가족을 구하는 영화입니다. ”
“세 영화가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 기법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액션을 활용한 성질도 다를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인애의 액션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건 언니가 동생을 구하고 동생이 얼마나 불편하게 핍박 받아왔고, 피해받았던 감정을 보여준다는 거죠. 거기에 ‘분노’란 타이틀을 택한 작품이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언니’는 이시영이라 가능한 여성 액션 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시영의 ‘분노’와 ‘응징’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그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액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혼자 다 한다라는 것의 의미가 컸다”고 했다.
“작품 안에서 나만의 호흡을 가져간다는 게 단순히 ‘좋다’는 것 이상이었어요. 영화 자체로서는 이것도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퀄리티로 했는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대역 없이 큰 영화의 호흡을 가져간 점이 저에게 ‘용기’를 줬어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 또 다른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편 ‘언니’는 내년 1월1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