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76㎜ 함포에 유도로켓…더 강하고 빨라진 '신형 고속정' 뜬다

<69>막오른 3세대 고속정 시대
230톤 무게에 시속 40노트 이상 속력
12.7㎜ 무인기관포까지 무장, 화력 UP
해군 첫 전투함용 독자 전투체계 함정
30여척 건조, 2020년 완전 배치 목표
척당 685억 넘는 건조비 부담에
참수리급만큼 대량생산은 못할듯

해군 연안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차기 고속정이 대량 생산체제에 들어갔다. 오는 2020년대말까지 약 30여척이 생산되 참수리급 고속정을 대체하게 된다.

해군이 3세대 고속정 시대에 접어들었다. 연안 방어의 최일선 전력이자 어디든 가장 먼저 달려가는 신형 고속정(PKMR·Patrol Killer Medium Rocket) 3척의 진수식이 21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된 것이다. 평택 2함대에는 신형 고속정이 이미 전력화 과정을 마치고 운용되고 있다. 모두 30여척이 건조될 오는 2020년대 말에는 기존의 참수리급 고속정을 완전 대체하게 된다. 신형 고속정은 앞으로 30년간 해군의 창끝 전력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해군의 고속정은 한국의 방위산업 역사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함정 국산화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학생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기러기급 미사일 고속정.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을 장착하는 강력한 펀치력을 자랑했으나 운용비가 많이 들어 단 두 척만 건조됐다.

◇‘기러기급’ 고속정으로 시작된 함정 국산화=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이 국산 함정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실제는 고속정이 원조다. 지난 1972년 3월 말 건조한 기러기급이 1980년대에 등장한 울산급 및 포항급보다 훨씬 이르다. 국산 고속정 개발에 착수한 이유는 북한의 잦은 해상 도발이다. 북한의 유도탄 고속정 보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터에 1970년 6월에 발생한 해군 방송선 납북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는 모든 역량을 끌어모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코리아 타코마조선소, 조선공학과 출신의 해군 장교들이 참여한 기러기급 건조사업은 ‘어로지도선 개발사업’이라는 위장명칭으로 2년간 노력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130톤급의 작은 선체에도 기러기급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프랑스제 엑조세 함대함 유도탄을 탑재한 것. 엑조세 미사일 2발 외에 40㎜ 함포 1문과 12.7㎜ 기관총 2정을 달았다.

◇미사일 고속정이 최고 전력이던 시절=다만 기러기급 건조는 두 척으로 끝났다. 미국의 기술원조로 건조한 백구급 미사일 고속정에 밀렸다. 미국 애슈빌급 미사일 고속정을 면허 생산한 268톤급 백구급은 스탠더드 함대함 미사일(하픈 함대함 미사일로 교체)을 장착한데다 속도(시속 40노트)까지 빨랐다. 미국에서 공여받은 2차 대전형 구축함들이 하픈 미사일을 장착하기 전까지는 한국 해군에서 가장 강한 함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료 소모가 심하고 각종 부품이 비싸 보유는 8척으로 그쳤다. 한국 해군에 고속정 시대를 열어준 함정은 따로 있다. 기러기급 건조 8개월 뒤에 등장한 ‘학생급’ 고속정이 그 주인공이다.


◇방위성금으로 진수한 ‘학생호’=기러기급은 KIST가 주도한 반면 학생급 개발은 해군 조함단의 젊은 장교들이 이끌었다. 당초 이름은 ‘제비’급. 배수량이 80톤으로 가볍지만 빠르다는 뜻이 담겼다. 물 찬 제비처럼 이 배는 시험 운전에 시속 41노트를 기록해 승조원들은 ‘프로펠러 선박 중에서 가장 빠른 배를 몬다’는 자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제비급이라는 이름은 곧 ‘학생급’으로 바뀌었다. 학생급 1·2호정을 개발하고 건조하는 데 전국 800만 학생과 20만 교직원들의 방위성금 4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학생급은 1978년 말까지 모두 25척이 건조되며 한국 해군에 본격적인 고속정 시대를 열었다.

모두 108척이 건조돼 약 50여척이 운용되는 참수리급. 연안 방어의 창끝 전력이면서도 해군의 온갖 일을 도맡는 일꾼이다. 오는2020년대 말 도태될 예정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08척이나 건조된 참수리급=참수리급은 독보적인 함정이다. 초기형과 중기형·후기형이 조금씩 다르지만 1978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108척이나 건조됐다. 단일 함정으로는 서방 진영에서 가장 많이 건조된 함정으로 손꼽힌다. 참수리급은 다른 해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4척), 동티모르(3척), 카자흐스탄(3척), 가나(1척), 필리핀(8척) 등이 무상 또는 척당 100달러라는 상징적 수입가격에 한국 해군에서 퇴역한 참수리급을 가져갔다. 해군은 건조물량의 절반 이하인 50척을 운용하고 있다. 오는 2020년대 말까지는 전량 도태할 예정이다. 1세대 고속정인 학생급과 기러기급의 완전 퇴역에 이어 2세대 고속정인 참수리급도 퇴역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3세대인 신형 고속정이 완편될 때까지 현역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훨씬 강력해진 신형 고속정=신형 고속정의 성능은 이전 참수리급과 비할 바가 아니다. 연평해전에서 드러난 참수리급의 한계를 넘기 위해 보다 강해지고 빨라졌다. 덩치도 230톤으로 130∼150톤급인 참수리급보다 커졌다. 신형 고속정의 함번은 211정으로 옛 기러기급 함번을 물려받았다. 기러기에서 부활한 신형 고속정은 무엇보다 펀치가 강력하다. 76㎜ 속사 함포를 단데다 130㎜ 유도로켓까지 갖췄다. 신형 고속정에 76㎜ 함포가 장착됨으로써 한국 해군의 모든 전투함정은 76㎜ 이상 함포를 갖게 됐다. 함교에서 원격조정할 수 있는 12.7㎜무인기관포(RCWS)도 달렸다. 동급의 다른 나라 고속정에 비하면 과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속력도 시속 40노트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워터제트 추진체계로 어망이 산재한 얕은 해역에서도 날렵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국산 전투체계와 소형 전자전 장비, 대유도탄 기만체계도 기존의 고속정에는 없는 장비들이다.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돼 기존 고속정(30명)보다 적은 20명의 인원으로도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신형 고속정은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용 독자 전투체계가 적용된 함정이기도 하다.

◇생산과 배치 얼마나=참수리급만큼 대량생산은 불가능하다. 신형 고속정이 미사일 고속함인 윤영하급의 염가형 축소 버전이라고 하지만 가격이 참수리급보다 훨씬 비싸다. 척당 685억원이 넘는다. 해군은 30척이 조금 넘는 신형 고속정을 건조할 계획이다. 24척 생산계획에서 18척으로 축소해 건조를 마친 윤영하급과 신형 고속정을 합치면 현재 운용 중인 참수리급과 같은 규모의 고속정·미사일 고속함 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변수가 있다. 10년에 걸쳐 3조원 이상의 건조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영하급처럼 건조비용이 올라갈 경우 물량이 조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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