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 제자, 의사 꿈 이뤘다 “신부님 가신 길 따라 걷고파”

의사가 된 이태석 신부의 제자 토마스 타반 아콧(33)씨/사진=연합뉴스

고 이태석 신부가 의료 봉사활동을 펼친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청년이 한국에서 의사의 꿈을 이뤘다.

올해 2월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토마스 타반 아콧(33)씨는 제83회 의사국가시험 실기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필기시험을 통과했지만 실기시험에서 탈락했던 토마스씨는 올해 재수 끝에 당당히 의사 면허증을 손에 거머쥐었다. 한국에 온 지 9년 만의 결실이다.

토마스씨는 고 이태석 신부의 제자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 신부는 2001년부터 내전이 끊이지 않은 아프리카 수단 톤즈 마을에 병원을 세우고 헌신적인 의료 봉사 활동을 벌였다.

그 삶은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큰 감동을 줬다.

토마스씨와 존 마옌 루벤(31)씨는 한국에 가서 의사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는 이 신부 권유를 받고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2009년 한국으로 와 인제대 의과대학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한국에 온 지 몇달도 되지 않아 이태석 신부가 암으로 선종했다는 비보를 접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토마스씨는 만리타국에서 어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만 반드시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안고 노력한 끝에 의사고시에 합격했다.

토마스씨는 우선 부산 인제대백병원에서 1년간 인턴, 4년간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토마스씨는 외과 전문의가 되면 고향인 수단으로 돌아가 직접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토마스씨와 함께 입국해 공부해온 존 마옌 루벤씨도 다음 달 인제대 의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실기시험은 이미 합격했고 필기시험만 붙는다면 토마스씨에 이어 이태석 신부 제자로서 두 번째 의사가 된다.

토마스씨는 “한국으로 초대해준 이 신부님과 수단어린이장학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존과 함께 의사가 돼 톤즈로 돌아가서 이 신부님이 걸으신 길을 뒤따라 걷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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