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을 비롯해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항암·방사선치료 등으로 손상된 소장 점막 상피층 재생을 돕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21일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권미나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생쥐 실험으로 이런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논문을 ‘셀(Cell)’의 자매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피인용지수 17.872)’ 1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장 점막 상피층이 손상된 생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자 소장에 젖산이 증가해 장 줄기세포가 크게 늘어났다. 줄기세포는 파네트세포·상피세포·점액분비세포 등으로 활발하게 분화해 점막 상피층을 재생시켰다.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조사로 소장 상피층 손상을 유발한 생쥐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 복통·설사 증상이 빠르게 개선됐다.
항암·방사선치료로 소장 점막 상피층이 손상돼 설사·복통에 시달리는 암환자들도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지금은 지사제를 복용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는다.
연구팀은 또 생쥐의 소장 점막을 관찰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나오는 젖산이 소장 줄기세포 주변의 파네트세포·기질세포 내 젖산 수용체와 줄기세포 증식·분화를 활성화하는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소장 점막 상피층 재생·복원으로 이어졌다.
반면 젖산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결손시킨 생쥐는 Wnt3 사이토카인 분비가 크게 줄어들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지 않은 소장 손상 생쥐에게서는 소장 줄기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설사·복통이 악화됐다.
권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분비하는 젖산이 소장 줄기세포의 증식·분화를 조절하는 기전 중 하나임을 밝혀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항암·방사선치료에 따른 소장 점막 손상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방법 개발로 이어져 암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소장 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익한 균주를 말한다. 젖산을 생성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유해균을 줄이고 산성에서 잘 자라는 유익균을 늘려준다. 모유를 먹는 건강한 아기는 분변 균 중 90% 이상이 비피도박테리움일 정도로 소장 안에 유익균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유해균이 증가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나빠진 장내 균총의 분포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