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차-포르쉐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정숙함, 밟으면 462마력 뽐내며 질주

단연 날카롭고 정확한 핸들링 감각
전기→엔진모드 변속충격은 아쉬워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포르쉐가 최초로 내놓은 4륜 구동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포르쉐의 스포츠 세단을 대표하는 기함 파나메라에 4륜 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어 높은 연비까지 확보했다. “스포츠카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포르쉐가 내놓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속도로와 도심 약 300㎞를 직접 몰아봤다.

파나메라는 외부 디자인이 수려하다. 특히 2세대 파나메라는 포르쉐 특유의 전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우람하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앞과 옆을 지나는 곡선에 더해 뒷모습을 가르는 일자형 테일 램프까지 모든 곡선이 잔잔한 물결을 치듯 잘 연결돼있다. 마치 UFO 형태의 비행접시를 연상하게 한다.

실내는 포르쉐가 파나메라에 적용해온 수평형 대시보드에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 사이를 브릿지(다리) 형태로 연결했다.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대부분의 기능이 터치 방식이다. 실내에 앉으면 개인용 항공기에 탄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에 전기 모터를 도입해 동력 성능을 끌어올린 ‘부스트 전략(Boost Strategy)’이 적용됐다. 장착된 V6 2.9ℓ 가솔린 엔진은 최대 출력이 330마력이지만 전기모터(130마력, 40.8㎏·m)가 더해져 총 시스템 출력이 462마력, 최대 토크가 71.4㎏·m에 달한다. 여기에 8단 듀얼클러치미션(PDK)을 맞물렸다.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뒷좌석에도 브릿지 타입과 터치 형식의 컨트롤러를 배치했다. 다만 암 레스트 밑에 컵 홀더가 자리해 팔을 편안히 두고 음료를 마시기엔 불편하다./구경우 기자

시동을 걸면 강력한 배기음이 폭발할 것 같지만 사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곧바로 하이브리드 모드가 된다.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에는 국내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가장 큰 14.1 kW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돼있다. 주행거리 기준 33㎞, 시속 140㎞까지 전기 모드로 갈 수 있다. 시승한 모델에는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인 PASM이 적용돼 도심에서는 정통 프리미엄 세단과 유사한 부드러움에 엔진 소음조차 없는 정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승을 걸면 전기차로 운영되는 ‘E-파워(Power) 모드’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하이브리드 오토(Hybrid Auto)’, ‘E-홀드(E-Hold)’ 및 ‘E-차지(E-Charge)’를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차가 알아서 전기와 가솔린 엔진을 자동으로 넘나드는 기능이다. 배터리를 완전히 채운 상태로 엑셀을 천천히 밟으면서 다니면 대부분 전기모드로 다닌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연비가 ℓ당 99㎞로 사실상 가솔린 연료를 쓰지 않는다. 전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약 10㎞ 미만이 되면 도심 주행에서도 내연 기관은 간섭이 많아진다. 그렇다 해도 양산 차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전기에서 내연기관 동력으로 넘어갈 때 갑자기 진동과 소음 운전자로 전달돼 불편한 감성을 주지는 않는다. 전환이 자연스럽다. 뒷좌석은 차제가 워낙 큰 탓에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이 모두 넉넉하다. 다만 낮고 다소 불편한 컵홀더의 위치 등을 감안하면, 이 차는 역시 운전자 위주의 차다.

전기는 충전기로 채울 수도 있고 트렁크에 있는 간이 충전기를 이용해도 충전이 가능하다. 이것마저 불편하다면 하이브리드 메뉴에서 E-차지를 선택하면 충전이 된다. 빠른 충전을 원한다면 엔진 회전이 높은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더 용이하다.

포르쉐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트렁크에 있는 충전기로 220V를 이용해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아래에 배터리 등 전기 체계가 자리한 탓에 다른 파나메라 모델에 비해 트렁크 용량이 100ℓ 가량 작다./구경우기자

포르쉐 파나메라는 역시 스포츠플러스 모드가 인상적이다. 스포츠 모드로 시속 100㎞로 항속하면 기어가 6단, 엔진회전수(RPM)가 2,000 부근을 유지한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포르쉐라는 브랜드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전환하면 포르쉐의 에어서스펜션(PASM)이 하체를 단단하게 무는 느낌에 더해 스티어링 휠 반응이 곧바로 예리해진다. 시속 100㎞에서 기어 단수도 5단으로 내리고 RPM은 2,300으로 상승하며 달릴 준비를 한다. 이 상태에서 엑셀을 힘껏 밟으면 곧바로 기어가 3단까지 내려가고 계기판의 바늘을 강한 자석이 당기듯 6,700 부근까지 치솟으며 변속한다. 2.2톤이 넘는 차가 땅을 꽉 잡고 달린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날카롭지만 정확하다. 5m가 넘는 차체(전장 5,050㎜, 전폭 1,935㎜)가 주는 반응이 스티어링 휠로 즉각 전달되며 자신감을 준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최대한 수평을 유지하며 힘차게 빠져나간다.

시승한 모델은 앞바퀴에 6피스톤, 뒷바퀴에 4피스톤의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한계 속도에서 그대로 브레이크를 부수듯이 밟아도 2톤이 넘는 차가 앞으로 쏟아지지 않고 우수한 제동성능을 보여준다. 제동 성능은 뒷좌석 아래에 쌓인 배터리에 오히려 도움을 받은 느낌이다. 차가 앞뒤로 수평을 유지하며 속도가 잘 잡힌다.

아쉬운 점은 전기에서 엔진모드로 들어갈 때 듀얼클러치변속기의 고질적인 불만인 변속충격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조용한 전기차가 한 번씩 ‘울컥’할 때면 이 차가 정통 세단이 아닌 것을 느낀다. 큰 배터리 용량 탓인지 밤에는 전기모터의 ‘윙~’ 소리도 크게 들린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도심에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달릴 때 나는 낮은 배기음이 오히려 큰 실내 공간에 ‘웅웅’하며 공명하는 점도 거슬린다. 가격이 비슷하다고 다른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전기 모드가 있더라도 이 차는 스포츠의 유전자가 강하다.

시승한 차의 가격(기본 1억5,980만원) 옵션 포함 1억 8,040만원. 포르쉐인데도 복합연비가 ℓ당 12.3㎞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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