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벽' 못넘고 결국 셧다운…"내년초까지 장기화"

국방·치안 필수업무 제외한
국립공원 등 공공서비스 중단
공무원 38만명 강제 무급휴가
민주 "장벽예산 절대 불가" 강경
트럼프는 "국경안전 외면" 압박
권력 주도권 다툼에 장기화 우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립기록물보존소 건물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이 정면 충돌하면서 미국 연방정부가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22일 0시(한국시각 22일 오후2시)를 기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맞았다. 연방정부는 국방·치안 등 필수 업무만 수행하고 38만여명의 공무원이 26일부터 강제로 일손을 놓게 된다.

임기 중반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한층 고집하고 내년부터 하원을 장악할 민주당은 트럼프 ‘길들이기’를 작정하며 양측 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으로 셧다운이 일주일을 넘어 장기화할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미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시한인 지난 21일 상원 본회의를 소집해 긴급 지출법안 처리를 민주당과 협의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해 셧다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상원을 통과했던 긴급 예산안에 국경장벽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대해 아직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움직여 20일 장벽건설 예산 57억달러를 반영한 새 예산안으로 상원을 재차 압박했지만 민주당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 상원에서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상원도 공화당이 다수(51명)지만 예산안 통과에는 전체 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애초 민주당 동의 없이는 예산안이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셧다운 사태로 연방정부는 국방·치안·소방·전기·수도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된 업무를 제외한 국립공원 및 박물관 운영, 중소기업 지원 등 주요 공공 서비스가 중단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체 약 210만명인 연방공무원 중 80만명가량이 셧다운의 영향을 받아 약 38만명은 강제로 업무가 정지되며 40만여명은 필수 근로자라 일단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들어 셧다운은 이번이 세 번째로 올 1월20~22일과 2월9일 반나절 동안 역시 장벽건설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충돌해 예산안 통과가 불발되며 일어났다. 셧다운 사태에도 첫날인 22일 공공기관 대부분이 25일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돌입한 상태여서 피해는 미미하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워싱턴 정가는 관공서 업무가 재개되는 26일 전에만 여야 협상이 타결되면 셧다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공화·민주 지도부는 22일 다시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트럼프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섰다고 힐난했지만 “셧다운 사태는 대통령과 민주당이 풀어야 할 일”이라고 힘겨워하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휴가를 연기하고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내 장벽예산을 지지하는 강경파 그룹과 오찬을 함께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셧다운할 수 있는 완전한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국경안전을 외면하는 ‘민주당 셧다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 합의가 이뤄졌다가 ‘트럼프의 분노발작’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장벽건설을 포함한 예산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셧다운 사태는 오직 한 사람, 트럼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장벽예산이 포함되면 오늘도, 다음주에도, 내년에도 상원을 통과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공화·민주 양당이 연휴에도 협상을 지속하며 상원 본회의를 27일로 잡았지만 백악관의 전격적인 양보가 없는 한 셧다운 사태는 내년 초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WP는 “셧다운 협상이 내년 1월 초 워싱턴 권력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CNBC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1월3일까지 셧다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1976년 이후 이번이 20번째로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5년 말 21일 동안 지속돼 최장 기록을 세웠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에도 17일간 계속된 바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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