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박항서 감독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함께 참가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같은 대회 참가는 23세 이하 대표팀이 나섰던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은 벤투 감독 체제로 A매치 평가전 6경기에서 3승3무의 무패 행진을 달렸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박 감독은 6승2무의 성적표로 베트남에 10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우승을 안겼다. 뜨거운 2018년을 보낸 한국과 베트남은 1월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서도 함께 웃을 수 있을까. 한국은 59년 만의 우승, 베트남은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두 팀은 8강에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독일전 승리 경험+아시안게임 우승 자신감=아시안컵 우승?=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로 부풀린 희망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확인한 경쟁력을 토양으로 2019년 화려한 꽃을 피우려 한다. 일본, 이란, 호주 등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아시아 맹주를 선언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23일 결전의 땅 UAE에 여장을 풀었다.
벤투호 선수 구성의 키워드는 ‘조화’다. 기성용, 김영권, 이용, 조현우 등 월드컵 멤버들과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인 황의조, 황인범, 김민재, 김문환 등의 조화를 앞세워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이상을 위한 1차 관문을 아시안컵 우승으로 통과하겠다는 각오다. 중원사령관 기성용은 월드컵 뒤 은퇴를 고민하다 벤투 감독의 요청으로 일단 은퇴 생각을 접은 상태다. 최근에는 소속팀 뉴캐슬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기성용의 합류 시기를 미룰 수 없는지 한국 대표팀에 요청해오기도 했으나 벤투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성용을 비롯한 유럽파들은 26일까지 UAE에 합류한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주연을 맡았던 손흥민은 소속팀 일정상 1·2차전을 거른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대신 아시안컵에는 최대한 늦게 합류하는 것으로 토트넘과 얘기가 돼 있기 때문이다. 벤투호는 그러나 손흥민 없이 치른 지난달 A매치 원정 2경기에서 호주와 1대1로 비기고 우즈베키스탄을 4대0으로 대파하는 안정감을 보였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없이 어떻게 팀을 운영할지, 손흥민 합류 이후 어떻게 잘 운영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C조의 한국은 1월7일 필리핀전을 시작으로 12일 키르기스스탄,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박항서의 노림수, 아시안컵도 뒤흔들까=박항서 감독은 지난 22일 홍명보 자선 축구 참석차 일시 귀국했다가 23일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영웅이자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지만 들뜨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과 계약이 끝나는) 남은 1년 동안 더 큰 행운이 따를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피해가지 않고 헤쳐나가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아시안컵은 강팀이 많으니 기대 수준이 스즈키컵보다 약간 덜하다. 그렇지만 모든 대회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 그는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큰 성공”이라는 말로 목표를 대신 밝혔다.
아시안컵 1·2회 대회 때 연속 4위에 올랐던 베트남은 이후로는 동남아 공동 개최로 열렸던 2007년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은 12년 만. 박 감독은 스즈키컵 결승 1차전 때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과감한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원정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그는 2차전 총력전으로 우승을 틀어쥐었다. 박 감독은 이번에도 노림수를 준비 중이다.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스트라이커 응우옌 안둑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안둑은 팀 내 최다 득점자(4골)였지만 33세로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다. 박 감독은 패기 넘치고 기민한 팀 색깔이 아니면 우승 후보 이란, 이라크가 속한 D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8일 이라크, 12일 이란, 17일 예멘을 상대한다. 24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각 조 3위 팀들도 16강 희망이 있다. 6개의 3위 팀들 중 4개 팀이 막차를 탄다. 베트남의 현실적인 목표는 조 3위로 진출하는 것. 만일 D조 2위로 올라갈 경우에는 16강에서 E조 1위를 만나는데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E조 1위일 확률이 높다. 여기서 이기면 8강에서 한국을 만날 수 있다. 베트남은 25일 하노이에서 북한과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과 베트남이 치르기로 한 친선전 일정은 내년 3월26일 베트남 하노이 개최로 결정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