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다큐공감’ 예고 영상 캡처
오늘(23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어매의 밥그릇, 널배’ 편으로 장도 어머니들과 널배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 참말로 고마운 밥그릇, 널배
길이 2미터, 폭 50센티미터. 꼬막 등을 채취하면서 갯벌에서 쉽게 이동하기 위해 널빤지로 만든 작은 탈 것을 ‘널배’라고 한다. 전국 최고의 점토질을 자랑하는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에 둘러싸여 덩그러니 떠 있는 작은 섬, 장도(獐島, 보성군 벌교읍 장도리)의 어머니들에게 널배는 분신과도 같다. 진흙 갯벌에 빠지지 않도록 목숨을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장치이면서 자가용도 되고, 화물차도 되는 보물1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널배를 타면 쌀값이 생기고 자식들 등록금도 생겼다. 장도 어머니들에게 널배란 지금껏 식구들을 지탱해준 참말로 고맙고 따뜻한 ‘밥그릇’ 이다.
▲ 널배, 네 덕에 살았다
어머니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갯벌이 드러났다가 다시 물이 찰 때까지 서너 시간이다. 물이 빠지면 어머니들은 습관처럼 갯벌로 향한다. 자식들 다 가르쳤고 살림도 웬만하니 이제는 갯벌에 나가지 말고 편히 쉬자 하다가도 이상한 일이다. 물만 빠졌다 하면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갯벌로 향한다. 널배 위에 몸을 싣고 쓱쓱 갯벌을 밀고 다니다 보면 밤새 쑤시던 무릎도 잠시 멀쩡해진다. 한창 때에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널배를 타서인지 어머니들의 무릎은 고장이 났다. 어머니의 세월만큼 널배도 같이 늙었으니 서로가 측은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널배야, 사십 년이나 나를 싣고 다니느라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
▲ 갯벌에만 나가면 마음이 좋아. 그러니 나한테 맞는 직업 아니요?
시집 온 첫날부터 갯벌에 나가 꼬막을 캤다는 장도의 여인들은 평생 진흙과 씨름하는 삶을 거부할 길이 없었다. 그저 받아들였고, 그리곤 견뎌냈고, 지금껏 그 갯벌에서 울고 웃고 있다. 몸은 고되도 살림살이가 영 팍팍하지만은 않았다. 손만 뻗으면 무엇이든 풍성하게 내어주는 황금 갯벌의 한 가운데에 섬이 자리했으니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널배 하나면 너른 갯벌을 누비며 갯것을 퍼올릴 수가 있었다. 그러니 장도의 어머니들이 너나 없이 널배의 고수가 될 수 밖에. 칠 팔십 고개를 넘기고도 여전히 ‘펄펄 나는’ 널배의 고수들은 오늘도 갯벌로 향한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