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의약품 시장 잇단 낭보…존재감 드러낸 서정수

건설사 출신...마케팅 능력 출중
친형 서정진 회장 요청으로 합류
美 FDA HIV치료제 판매승인 등
셀트리온제약 주력 계열사로 키워



취임 3년을 맞은 서정수 셀트리온제약(068760) 대표가 연일 글로벌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068270)그룹 회장의 동생인 서 대표는 지난 2012년 셀트리온 입사 당시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합성의약품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제약은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조달기관과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6종에 대한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선다. 공급 제품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5종과 개발 중인 제네릭 1종이다. 국내 제약사가 경쟁이 치열한 국제입찰에서 한꺼버에 여러 종의 제품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제약은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위한 최종 심사도 진행 중이다. GMP 인증은 특정 국가에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MP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예정대로 내년 초 유럽 인증을 받으면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선진 규제기관으로부터 합성의약품 GMP 인증을 받는 기업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달에는 미국 FDA로부터 HIV 치료제 ‘테믹시스’의 판매를 승인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테믹시스는 앞서 출시된 GSK ‘제픽스’와 길리어드 ‘비리어드’의 성분을 합친 제네릭이다. 단일 성분의 제네릭은 여럿 있지만 두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은 테믹시스가 처음이어서 개량신약으로도 분류된다. 제품 생산은 셀트리온제약이 담당하고 셀트리온이 미국 판매를 전담한다.


셀트리온제약의 합성의약품 전략은 지난 2016년 사령탑으로 취임한 서정수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서 대표는 GS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에 공채로 입사해 주로 주택분양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GS건설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 출범을 주도해 이후 임원으로 승진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친형인 서정진 회장의 요청으로 셀트리온에 입사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링부문장을 맡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의약품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서 대표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 대표가 셀트리온제약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잇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자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와 함께 셀트리온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계열사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2009년 한서제약 인수를 통해 출범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단기간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며 “바이오의약품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이지만 ‘글로벌 톱 10’ 바이오제약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합성의약품 경쟁력도 뒷받침돼야 하기에 앞으로 서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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