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복지연대 회원들이 지난 14일 인천시의회 의장실 앞에서 정책보좌관 제도 시행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평화복지연대
지방 광역자치단체 의회가 법령에 어긋나는 정책보좌관을 뽑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유급보좌관 역할을 할 우려가 있는데다 시의원들이 매달 의정활동비를 지원받는 상황에서 보좌관을 따로 두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인천시의회는 정책지원전문인력 20명의 인건비와 책상 등 집기류 구매비 등으로 8억4,000만원가량을 내년 예산안에 넣어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울산시의회도 2019년 당초 예산에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 채용’ 사업비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편성했다. 6급 1명과 7급 3명의 공무원을 시간선택 임기제로 뽑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4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에 각 1명씩 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의회의 임기제 공무원 채용을 통한 보좌관 제도 시행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7월 경기도의회가 조례 개정으로 유급 보좌인력을 운영하려고 했다가 법령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어떠한 사유나 직원, 인력, 유형을 불문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방의원 개인 보좌인력을 채용 또는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자치단체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의회가 입법보조원으로 일할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40명을 채용하겠다고 공고했으나 행안부는 서울시가 법률에 근거가 없는 ‘지방의회의원 개인별 유급 보좌인력’을 뽑으려 한다며 채용공고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입법보조원 40명이 추가 채용되면 기존 입법조사 요원 50명에 더해 입법보조 인력이 총 90명으로 늘어나게 되므로 의원 1명당 1명꼴이 돼 사실상 유급보좌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채용공고가 지방의회에 사무처와 사무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지방자치법 조항은 유급보좌관 채용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책보좌관 도입과 관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개정안에는 지방의회가 정책보좌관을 의원 정수의 2분의 1 이내에서 둘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1년 유예 기간이 있는 상태로 통과되더라도 오는 2020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지역 각 정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인천시의회는 지금 당장 편법 예산 편성을 중단하고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시의회가 정책보좌관 예산 8억4,000여만원을 셀프 편성하고 셀프 통과시킨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인천시장과 행안부 장관은 예산안 재의를 요구하고 만약 시의회가 재의결한다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과 관련 예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의 한 공무원은 “임기제 공무원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야 할지는 뻔하다”며 “사실상 유급보좌관으로 의원이 직접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인력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인천=장현일기자·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