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의원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상임위원회 세미나 지원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는 ‘견문을 넓힌다’는 목적으로 보통 정례회 전 제주도 등으로 국내 세미나를 떠난다. 서울시의회 측은 “자리를 비운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지만 최악의 고용위기 상황 속에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입수한 ‘서울시 의회역량강화 태스크포스(TF)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TF는 오는 2019년 의정운영공통경비 배분 계획에 상임위 세미나 지원경비 증액 요청 내용을 포함시켰다. 올해 상임위 세미나 지원예산은 총 1,100만원으로 각 상임위당 100만원씩 배정돼 있다. 하지만 숙박비와 교통비 등 주요 경비는 별도다.
서울시의회 측은 국내 세미나를 “견문을 넓히고 의원 간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장 시의회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놀고먹는 자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국내 세미나는 대개 시의회 정례회가 열리기 전인 9월 말에 가게 되는데 올해는 대부분의 상임위가 2박 3일간 제주도로 떠났다.
의원 단합을 위해 밤에는 보통 술자리가 준비되는데 올해는 예산심사를 앞두고 시의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청 국·실장들이 제주도까지 와서 시의원을 만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시민들 보기 부끄럽다”며 하루 정도의 일정만 소화하고 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의원은 “상임위 대부분이 제주도로 갔다면 지원금액이 전혀 모자라지 않는 셈”이라며 “경비 증액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몇몇 의원들은 세미나 경비 증액 요구가 ‘입법 지원 인력 확충’이라는 의회역량강화 TF의 핵심 목적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방의원들은 회기 동안 각종 지역 민원과 조례심사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지방자치법상 보좌관이 없는데다 조례심사 및 자료요청을 담당하는 입법지원관도 의원 2명당 1명만 배정된다. TF는 실제로 4·5급 각 10명으로 구성되는 전문위원의 직급을 올리고 정수를 확대하는 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한 서울시의원은 “설문조사 때 격무에 시달리는 의원의 짐을 덜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왜 세미나 경비 증액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