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1,500만원의 학자금대출을 받은 A(30)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심각한 경기불황에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원금에 이자를 더해 총 2,000만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도저히 빚을 갚을 자신이 없던 A씨는 고민 끝에 변호사사무소를 찾아 개인회생절차를 밟기 위한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A씨는 “학자금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졸업하면 곧바로 취직해 갚을 수 있을 줄만 알았다”며 “직장생활의 첫발도 내딛기 전에 이런 일로 고민해야 하는 내 삶이 너무 서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회수 불능에 빠진 학자금대출 규모가 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청년 실업난이 가속화되면서 학자금대출 연체 부담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장학재단의 ‘2018년 학자금대출 부실채권 상각 실시안’에 따르면 법원의 개인회생, 파산, 채무자 사망 등의 이유로 상각이 결정된 채권 규모가 이달 초 기준 총 66억1,000만원(1,130명)으로 지난해보다 40% 급증했다. 부실채권 상각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거나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대손충당금으로 손실 처리해 회계장부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을 자산 항목에서 제외해 자산의 과대 계상을 방지하고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회수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을 회계에서 제외하고 그나마 회수 가능성이 있는 부실채권에 관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상각 규모는 심각한 청년 실업난을 반영하듯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86억8,000만여원(1,607명)이던 상각 규모는 이후 40억~50억원 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크게 늘었다. 개인회생면책 17억4,000만여원(437명), 파산면책 15억여원(207명), 채무자 사망 33억5,000만여원(486명) 등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빚을 진 대학생들이 상환은커녕 채무에 발목을 잡혀 도태되는 셈이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학자금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학자금대출 상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상각된 부실채권은 한국장학재단 설립법상 정부가 일부 보전해줘야 한다. 정종현 회계사는 “상각액이 커지면 연체율 감소 효과 등을 볼 수는 있지만 결국 손실 처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금대출의 부실채권 문제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273억원이던 학자금대출(일반상환) 장기 연체 규모는 2015년 1,462억원, 2016년 1,757억원, 2017년 2,180억원으로 증가세다. 일반상환 대출에 따른 신용불량자는 지난해 1만1,400여명(802억원)에 달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학자금대출 지연배상금률 부과체계 개편 연구를 추진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자금대출 상각 규모 확대는 채권자 사망 시 상각 적용기준을 확대하거나 개인회생자의 채무 변제기간이 단축되는 등 일부 영향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