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데는 기부 자체에 대한 불신과 함께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울산지역의 경우 모금액이 지난해의 35%에 그치는 등 불황에 직면한 산업도시일수록 기부실적이 저조하다고 한다. 대기업은 그나마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일수록 기부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의 기부액이 전년 대비 15%나 줄어들고 기부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여유 때문이라고 답변한 것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기부문화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사실은 곱씹어볼 문제다. 특히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올해 신규 회원 수가 급감하는 등 개인 기부가 갈수록 줄어들어 걱정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으로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도 그렇거니와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기부현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준조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기부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어 소외된 이웃을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민에게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전하며 이웃을 돌보는 여유를 갖자는 성탄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에서 갈수록 현실이 팍팍해지고 인심마저 각박해지는 이유를 헤아려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이웃을 보살피는 기부문화가 자연스레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