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참에 불합리한 임금체계 바꾸자

정부가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소정 근로시간 174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한 달 총 노동시간은 209시간으로 35시간이나 늘어난다.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나 오른 마당에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는 주휴까지 최저임금 지급 시간에 넣게 되면 내년부터 기업들의 임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사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주휴시간 부담까지 안게 되면 내년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산업계가 정부의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소상공인연합회가 헌법소원까지 내겠다고 나서겠는가.


주휴시간은 영세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연봉이 6,000만원에 달하는 대기업들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이미 시정지시를 받은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현대·기아자동차 등 고임금 사업장도 최저임금 비상이 걸렸다.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임금에서 제외되면서 대기업들도 무더기로 범법자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부는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기업들이 알아서 임금체계를 바꾸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무책임한 처사다. 각종 수당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임금체계 개편은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단체협상 대상이다. 지금처럼 노동정책이 일방적으로 노조 쪽에 기울어진 상황에서 노조가 자신들에 불리한 직무급 임금전환과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에 선뜻 응할 리 만무하다. 특히 노조의 힘이 막강한 대형 사업장의 경우 상여금 분할지급 방식 변경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왕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을 하려면 임금체계도 그에 맞게 바꿔줘야 한다. 수십년 전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기형적 임금체계를 두고 최저임금제를 개편할 수는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임금체계 개편을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본격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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