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T공룡 韓서버 의무화 'FTA벽' 넘을까

부가세·규제관할 역외적용 등
역차별 해소 법안 속속 통과 속
국내 의무화법도 성공할지 관심
"한미FTA 탓 입법 쉽지않다"
"관련 조항에 금지 없다" 맞서
'과잉입법' 놓고도 의견 대립




글로벌 정보통신(ICT)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를 속속 통과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법안인 글로벌 ICT 기업의 국내 서버설치 의무화 법안은 아직 국회에 멈춰있다. 입법 성사시 글로벌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 한층 강화될 수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의 상충 탓에 입법 자체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입법을 추진중인 변재일 의원측은 FTA조항에 서버 설치 의무화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반박한다. 글로벌 ICT기업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규제 관할의 역외적용 등이 국회 본회의와 소위를 통과하는 등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 하는 가운데 이 법안까지 입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현재 소위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로 하여금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하고 위반시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돼 역외 기업이라도 국내에 서버를 두게 되면 현행 국제조세협정상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둔 것으로 간주돼 우리 정부가 해당 글로벌 기업의 국내 소득에 대해 직접세(법인세, 소득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세·법률 전문가중 일부는 해당법의 적용범위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므로 한미FTA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버를 설치하려면 실질적으로 국내 사무소나 거주자를 둬야 하게 돼 한미 양국이 각각 자국 내 대표사무소·기업의 설립이나 거주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현지 주재 조항’에 상충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해당 법안은 사실상 해외기업을 겨냥한 것이어서 FTA상 양국이 서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한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잉입법 우려도 제기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김치 업체의 위생에 문제가 생기면 김치 공장을 국내에 두도록 할 것인가”라며 “서버현지화는 러시아·중국 수준의 밀착 규제”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역시 “통신망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들에 과세하기 위해 서버를 현지화하도록 하는 건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며 “조세 형평성은 국제협약의 변화 흐름에 맞춰 천천히 개선하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면 변 의원측은 반대론의 근거를 일축하고 있다. 우선 FTA 위반론에 대한 주요 반박근거는 우선 해당 협정에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를 금지하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서버설치가 반드시 해당 기업의 국내 사무실 설치나 인력 상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반박 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서버 설치 의무화 적용 기준은 해당 사업자의 국적이 아닌 국내 서비스 이용자수이므로 내·외국인간 차별을 금지한 한미FTA조항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주장도 곁들여지고 있다. 과잉입법 우려에 대해서도 변 의원측은 국내 인터넷 콘텐츠 이용자들의 안정적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방향이 됐든 내년 상반기중 결론이 나지 않으면 2020년도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여정도 앞두고 본격화할 선거 정국에 휘말려 입법 논의가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고 정치권은 우려하고 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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