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확 바뀌는 골프규칙은 누군가에게는 희소식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담요인이다.
세계 양대 골프기구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개정한 골프룰(2019년 1월1일부터 적용)을 두고 프로 골퍼들은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내년부터는 그린 위에서 깃대를 뽑지 않고 퍼트를 해도 된다는 규칙 변경에 대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깃대의 재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인 유리섬유 깃대라면 꽂아 두고 퍼트할 것”이라고 플레이 운용계획을 밝혔다. “깃대를 맞고 홀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이유도 덧붙였다. 개정 전 규칙에서는 그린 위에서 퍼트한 볼이 홀에 꽂혀 있는 깃대를 맞힐 경우 2벌타가 부과됐는데 이는 깃대는 홀의 위치를 표시하는 용도의 물건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규정 변경은 누군가가 깃대를 잡고 있거나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개정인데 디섐보의 말처럼 깃대가 퍼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여지를 남겼다.
베테랑 PGA 투어 선수 짐 퓨릭(48·미국)은 그린 위 스파이크 자국 등을 수리할 수 있게 되는 개정 규칙에 대해 “스파이크 자국을 꼼꼼히 수리하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전에는 볼이 떨어질 때 움푹 파인 자국(피치 마크)만 수리가 가능했다. 개정 취지는 역시 경기시간 단축으로 다른 플레이어의 퍼트라인을 밟지 않으려 짧은 거리에서도 마크를 하거나 멀리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하면 빠르게 홀아웃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논리가 작용했다. 하지만 퍼트라인 상에 남겨진 다른 팀의 발자국도 편평하게 고를 수 있어 퍼트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되레 시간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대 골프기구는 새해부터 적용되는 골프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의 방향은 경기시간 단축, 복잡한 규칙의 간소화에 주안점을 뒀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새 골프룰은 엘리트 골퍼들에게는 더 엄격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뀐 룰 중 몇몇은 당장 프로골프 투어 등 공식 경기에서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선 샷이나 퍼트를 준비할 때 ‘캐디의 뒤봐주기’가 금지된다. 신속한 플레이를 유도할 목적이다. 캐디가 뒤에서 정렬을 확인해주는 모습은 특히 여자 경기에서 흔한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스스로 방향을 잡으며 대비하는 선수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얼마나 빨리 독립적인 플레이에 적응하느냐가 시즌 초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9년판 규칙은 또 자기 순서가 된 플레이어가 샷을 하기까지 40초를 넘지 않도록 권장한다. 종전에는 45초였다. 스스로 정렬을 하고 그린에서는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실수를 막아야 한다. 홀까지 남은 거리와 상관없이 준비된 사람이 먼저 플레이하도록 한 일명 ‘레디(Ready) 골프’도 리듬과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식 대회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개정 내용도 있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난 경우 2타를 받고 볼을 잃어버린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 더블파 등 해당 홀의 최다 타수를 제한하는 맥시멈 스코어 규정, 거리측정기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바꿔 말하면 아마추어들은 OB를 냈을 때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2벌타 뒤 볼을 잃은 위치에서 플레이를 이어가도 된다는 얘기다. 또 모든 홀 스코어는 ‘양파’까지만 적는다. 국내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암묵적 동의 속에 이미 보편화 된 룰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양심의 가책’이나 논란의 여지 없이 편하게 경기하면 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