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경총 부회장 "무력감·무시당한 느낌...기댈 곳은 국회뿐, 정치력으로 도와달라"

<최저임금 꼼수개정 후폭풍...김용근 경총 부회장 심경 토로>
대법원도 기업이 옳다했는데
잘못된 예전 기준대로 돌아가
무조건 사측 봐달라는것 아냐
경영 현실도 생각해 줬으면

김용근 경총 부회장

“대법원 판례(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 미포함)도 기업의 주장이 옳다고 했습니다. 현 정부는 노조에 유리한 판례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고쳤는데 최저임금 기준 시간과 관련해서는 판례를 무시하고 잘못된 예전 기준대로 간다고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무시당한 기분마저 듭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전날 국무회의에서 입법 예고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차분했지만 매서운 반응을 쏟아냈다. 노사관계 등에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총 부회장으로서 김 부회장은 ‘무력감’마저 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이 무조건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업의 경영현실을 생각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시행령을 우선 고쳐놓고 버텨보자는 식으로 일방통행하는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김 부회장은 결국 시행령이 현 개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이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개별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부회장은 “소송에 필요한 비용도 많이 들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한 비용은 더 크기 때문에 결국 기업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국회의 합리적인 정치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새로 수정해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전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의 수당과 시간은 포함하지 않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의 원안은 약정휴일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하루 전에 절충안을 꺼내 들었다.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에서다. 고용부 원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기준시간은 24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은 빼라’는 취지의 대법원의 판례는 기준시간이 174시간이다.


정부가 새롭게 기준으로 내놓은 209시간은 174~243시간에 속해 얼핏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유급휴일시간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면서 국내 최상위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는 상황이 닥쳐 모순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도 “겉으로 보면 기업의 최저임금 부담이 줄어든 듯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정휴일시간과 수당을 함께 빼는 것은 숫자는 변동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 시행령을 통해 내년 초에 시행되는 월별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 정책에 따라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월로 바꾸는 기업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해도 최장 6개월의 자율시정 기간을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정부의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상여금 지급 주기를 변경하려면 단체협상을 통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노조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변화를 노조가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의 임금체계는) 정부가 시킨 대로 한 것으로 기업이 잘못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노조가 들어줄 리 없는 것을 스스로 고치라고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사 간 충돌이 더 늘어나 결국 정부가 노사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깎을 이유가 없고,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노사 충돌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기업 부담이 충분히 큰 만큼 정부가 경제 현실을 반영해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춰나가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정부가 대법원의 판례까지 뒤엎어가며 추가로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판정받은 만큼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어려운 경제 현실에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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