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모로코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현지시간) 카사블랑카의 하얏트 리젠시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한-모로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획기적인 노력이 있지 않으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하락세와 하방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인터뷰를 가지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면서 “촘촘한 규제 그물망, 서비스산업 진출 장애 등이 모두 그대로 있고 내수 부진 요인도 그대로다”라고 짚었다. 박 회장은 또 대외환경은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꺾이기 시작했고,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그대로 갈 것 같고,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예산 규모가 커지고, 정부가 재정 조기 투입 방침과 주력 사업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경기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부분들이 기업 역동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게 바람인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하락세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마치 이번 정부 들어서 그렇게 만든 것처럼 자꾸 얘기하는데 전혀 아니다”면서 “어느 한 정부에 다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구조적인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은 대부분 알고 있다”면서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단기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되거나 이해관계의 허들(장애물)에 막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풀 서비스, 협력이익 공유제, 집중투표제 등을 둘러싸고 사회 갈등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십자가를 지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규범이 작동하지 않고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규제 관련) 법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립이 불가피한 민감한 현안이 생겼을 때 이익집단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손해를 감수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원칙적인 해법을 향해서 십자가를 지고 매를 맞아가면서 전체가 움직여야 갈 길이 보이는데, 바뀌지 않고 있으니 점점 (경기 지표의) 숫자가 나빠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선 “그나마 현실적인 접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적인 입장은 ‘받는 것 나누기 실제 근무시간’이라는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선 “상당히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반대하고 대립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안되면 다른 지역, 다른 산업에서라도 시도했으면 좋겠다”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현대차와 민주노총 간의 문제가 있다면 다른 곳에서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