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와 정부측 인사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 정문에서 고문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 일반 시민 등 입장하는 시민을 직접 맞이하는 환영식을 하며 본관 건물 전체를 현수막으로 덮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주의 만세!”,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의 품으로!”
26일 오후 2시 시민들의 만세삼창이 끝난 뒤 굳게 닫혔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철문이 열렸다. 19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 고문 장소로 악명을 떨쳤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거듭난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 마당에선 남영동 대공분실 운영을 경찰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넘기는 이관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민갑룡 경찰청장을 비롯해 고문 피해자, 희생자 유가족 등 시민사회 인사 약 150명이 함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과보고에서 “이 자리를 빌려 지난날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고 공분을 일으켰던 경찰의 뼈아픈 과거에 대해 15만 경찰을 대표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며 “경찰의 부끄러운 역사가 새겨진 자리가 인권의 장소로 재탄생하는 것을 계기로 경찰도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민주·인권·민생 경찰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1998년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온라인운동이 시작되고 2001년 기념관 건립을 제1의 사업으로 명시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이 제정된 이래 20년 만에 오늘 역사적인 날을 맞았다”며 “민주인권기념관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한 국가폭력의 공간에서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받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산실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가폭력에 짓이겨진 민주화 운동가들의 절규와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며 “영령들의 헌신 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는 것을, 지금 저희가 자유롭게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이어 “민주화 운동가와 가족 여러분의 피와 눈물과 한숨이 서린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은 국가권력의 폭주를 견제하는 전당으로서 국민과 역사에 영구히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도 관리와 운영을 성심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식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정문을 개방하는 의식으로 시작했다. 이어 ‘다시 태어납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행사 등이 이어졌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 치안본부 산하로 설립된 이래 30여 년 동안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던 장소였다. 고 김근태 전 의원 등 이곳에서 고초를 겪은 인사는 확인된 것만 해도 391명에 이른다. 특히 이곳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이 폭행, 전기고문, 물고문을 받다 숨진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당시 5공 정권은 박종철 열사에 대한 고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을 내놓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결국 고(故)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사건은 그해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영동 대공분실을 폐쇄하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국가폭력을 행사한 경찰이 이 장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10민주항쟁 31주년 국가기념식 기념사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할 뜻을 밝혔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관리권이 행정안전부로 법적 이관된 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관리·운영하며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한남동으로 이전한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