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연말에 이례적으로 디젤 물량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벤츠가 회사채까지 발행하며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서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식은 디젤 차를 소위 “밀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수입자동차업계와 벤츠 공식 딜러사에 따르면 벤츠는 최근 베스트셀링 모델 E-클래스 220d와 C-클래스 220d, CLS 400d 등 주요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에서 최대 10%에 달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딜러사 별로 C클래스 220d의 경우 만원 500만원, E클래스 220d는 약 800만원, CLS 400d는 약 900만원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차 값의 10%에 달하는 할인은 지양했던 벤츠가 연말을 앞두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벤츠가 이달 공식 출시된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지난달 출시된 CLS 400d 등 신차에 대해 할인 폭을 키운 점이 눈에 띈다. E-클래스 220d 2019년형으로 연식을 변경했는데도 할인을 시작했다. 할인 폭이 큰 모델의 공통점은 모두 디젤 엔진 차량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벤츠가 환경 문제로 유럽 시장에서 디젤 모델에 대한 인기가 식자 국내 시장에서 물량 소화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벤츠는 CLS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과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시장에 디젤 엔진부터 내놓고 가솔린 엔진 모델은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경쟁사들이 세단의 경우 디젤과 가솔린 등 라인 업을 동시에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벤츠가 연말 디젤 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계획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 10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벤츠가 자동차금융을 제공하는 자회사 벤츠파이낸셜이 회사채를 조달한 후 11월부터 곧바로 디젤 모델에 대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한 것.
벤츠가 디젤 모델에 대한 프로모션에 들어가자 11월 국내 수입차 판매 상위 5개 모델 가운데 1위(CLS 400d)와 3위(GLE 350d 4매틱), 4위(E220d 카브리올레) 등 3개 차종을 벤츠가 싹쓸이 했다. 이에 BMW 디젤차의 화재사건으로 수입차 전체 판매량 가운데 비중이 10월 22.8%까지 급락했다가 11월 34.4%로 반등했다.
연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식은 디젤 차량을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면 전체 판매 실적도 덩달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벤츠는 연말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힙입어 올해 수입차 가운데 사상 최초로 연 판매량이 7만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한 분위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디젤 엔진은 개발하는데만 5년, 또 수익을 거두는데 5년이 걸린다”며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는 한국 시장에 디젤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