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샷 하나하나가 정식기록…거친 샷 잘 다듬어야죠"

KLPGA 새내기 조아연
최연소 국대출신, 시드전서 1위
드라이버샷 260야드…장타 무장
뉴질랜드서 2019 시즌 준비
"누군가의 골프 롤모델 됐으면"

쭉 뻗는 샷처럼 당당함이 무기인 조아연. 그는 “프로가 돼서 한 걸음 한 걸음 목표에 다가가는 이 느낌이 참 좋다”고 했다. /사진제공=PXG

줄넘기와 이국종 교수의 책 ‘골든아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새내기 조아연(18·볼빅)이 전지훈련을 떠나며 챙긴 ‘아이템’이다. 그는 지금 뉴질랜드에서 2019시즌 준비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비행기에서 보내야 했다. 이륙 전 전화 연락이 닿은 조아연은 하필 크리스마스이브에 떠나 아쉽지 않으냐는 물음에 “아쉽기는 해도 내년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이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를 즐기기보다는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고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다.

조아연은 지난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다. 대선배들도 ‘지옥의 레이스’라며 혀를 내두르는 시드 순위전을 지난달 당당히 1위로 통과해 정규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이달 초 베트남에서 치러진 2019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6위에 올랐다. 다음 대회는 내년 4월 국내 개막전이며 2월 호주에서 열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빅 오픈 예선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조아연은 최연소 국가대표(15세)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올해 9월 세계아마추어 팀챔피언십에서 나흘간 17언더파를 쳐 개인전 우승컵을 들었고 KLPGA 투어와 LPGA 투어 대회에도 아마추어 초청으로 심심찮게 나가 언니들을 위협했다. 2016년 보그너 MBN 오픈에서 기록한 4위가 KLPGA 투어 최고 성적이다. 우승자 박성현에 6타 뒤졌다.

조아연은 드라이버 샷으로 평균 260야드를 날리고 작정하고 휘두르면 270야드도 보낸다. 어릴 때부터 줄넘기로 순발력을 키우고 달리기로 지구력을 길렀다는데 거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하루에 적어도 40분씩 7㎞를 달리고 줄넘기는 최소 1,000개씩 하면서 그중 150개는 2단 뛰기로 채운다는 조아연은 “당연히 짐에 줄넘기도 넣었다”며 까르르 웃었다. 아버지가 추천해서 가지고 간다는 이국종 교수의 책은 “훈련 열심히 한 뒤 저녁마다 읽겠다”고 했다.

조아연은 살벌한 분위기로 악명 높은 시드전에서 2위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수석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다시 해도 1등 할 자신 있느냐고 물었더니 “1등은 몰라도 떨어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고 선선히 답했다. “저 스스로는 떤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프로 데뷔전인 베트남 대회에서 조아연은 경기 중 종종 웃음도 보였다. “실망도 있고 만족도 있는 첫 대회였어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느낌이 좋아요.” 그의 목표는 “나중에 일본과 미국 투어에서도 뛰는 것”이다. 그전에 데뷔 시즌 목표는 “신인상이랑 컷 탈락를 하나도 안 하는 것, 그리고 2승”이라고 했다. “그동안 나갔던 KLPGA 투어 대회는 아마추어 신분이라 부담 없이 공격적으로 쳤어요. 이제는 모든 게 정식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기량이 좀 더 다져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거친 샷을 잘 가다듬고 3월2일에 돌아오겠습니다.”

조아연은 딱히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없다. “이 선배님의 이런 점을 배우고 싶다, 저 선배님의 저런 점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들은 많이 하는데 ‘나도 꼭 저렇게 돼야지’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요.” 조아연은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롤모델 삼기보다 제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골프를 해왔다”고 했다. 그럼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을까. “긍정적인 골프 선수요. 사람들이 저를 보거나 제 경기를 보면서 웃음 지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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