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혁신 성장의 견인차로 창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크다. 국제적인 창업 조사보고서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의 ‘2017년 창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바람직한 경력 선택으로 ‘창업’을 꼽는 비중이 조사 대상 52개국 중 49위에 그친다. 기회형 창업자와 생계형 창업자를 구분하는 창업 동기 평가도 22위이다. 기업가정신의 영향은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에서 34위에 머물렀다. 혁신·창업 문화가 발달한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이 각각 3위와 11위인 것과 대비된다.
얼마 전 발표된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창업 활성화와 규제개혁이 강조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어떤 혁신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과거의 기술혁신이 노동생산성을 높여 고용을 늘리는 것이라면 미래의 기술혁신은 새로운 상품·시장·직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후자를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혁신 과정에서 기존의 고용이 구축(crowding out)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은 일자리를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고급직무와 ‘기계·로봇·인공지능(AI)으로 대체 가능한’ 범용직무로 양분한다. 여기서 범용직무는 급속히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와해적 혁신을 두려워하면 고용창출도 불가능하다.
쓰나미 수준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미래의 기술혁신이 야기할 수 있는 고용 구축을 넘어 경제 전체의 고용 증대를 촉진할 유일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에 몰입할 수 있는 인적·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기업들이 마음껏 앞서 가게 하고 정부 규제는 따라가면서 보완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와해적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노동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실업급여 확충과 실직자 건강보험 부담 완화, 나아가 기본소득제 도입 검토가 필수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