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이라크 미군기지 나타난 트럼프…취임 후 분쟁지역 처음 찾아

3시간30분 가량 머물며 장병들 격려…멜라니아 여사·볼턴 보좌관 동행
시리아철군 후폭풍·셧다운·증시폭락 등 안팎 악재 속 국면전환 포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후폭풍을 몰고 온 시리아 철군 방침을 발표한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후 일주일만인 26일 이라크의 미군 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분쟁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건 근 2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 상의 문제 등을 감안, 크리스마스인 25일 늦게 백악관을 나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라크를 향해 떠났으며 26일 오후 늦게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대를 방문해 장병 및 간부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현지시간 오후 7시15분께 착륙, 3시간30여분 후인 오후 10시50분께 이라크를 떠났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군 부대와 군 지도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복무와 성공, 희생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기 위해 대통령 부부가 크리스마스 밤 늦게 이라크로 향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웃으며 장병들과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하는 사진도 트윗에 게시했다.

이라크는 시리아의 인접 국가로, 미군 부대 방문을 위한 이번 이라크행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일부 참모진, 풀 기자단이 동행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막바지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것은 밖으로는 중동권 역내 불안감을 해소, 시리아 철군 역풍을 잠재우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증시 폭락 등의 어지러운 국내 상황으로부터도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국면전환용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병력 감축,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축출 결정을 둘러싸고 혼란의 날들을 보낸 뒤 뭔가 긍정적인 뉴스 헤드라인을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이라크 방문은 중동 및 중앙 아시아의 분쟁지역에 배치된 군 부대를 방문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수달간 계속된 뒤 이뤄진 것”이라며 격변의 한 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플로리다행을 계획하다가 셧다운 사태로 인해 이를 취소, 협상 상황을 지켜보며 백악관에 대기하고 있던 만큼 이라크 방문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정해진 건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라크 방문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곳은 내가 수년간 이야기해온 곳이다. 나는 민간인으로서 (이라크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며 “나는 여기에 와서 위대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셧다운 와중에 왜 왔느냐’는 질문에 “사실 우리는 두어번 준비했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알아내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취소됐다. 중동에서 7조 달러를 쓰면서 들어올 때는 엄청난 병력의 호위 등을 받으며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게 슬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창문을 닫고 불빛도 없는 비행기를 타고 와야 했다. 칠흑과 같았다”며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번 비행은 그 어느 때와도 달랐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평소와 달리 단 한 건의 트윗도 올리지 않는 등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 상태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전에는 조지 W.부시 대통령(2003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2009년 4월)이 각각 이라크를 방문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라크 내 미군 부대를 찾기 위해 ‘깜짝 방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분쟁지역 내 미군 부대를 찾지 않은 데 대해 반대 진영 등으로부터 비판론에 휩싸였으며, 지난달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애초 계획했던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해 12월22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현직 대통령들의 해외 주둔 군 부대 방문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이후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한 이라크 정부 지원 등의 차원에서 현재까지 이라크에 약 5,000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해외 분쟁지역에 대한 개입을 끝내겠다고 공약했으며 이에 따라 시리아 철군 결정이 이라크 병력 주둔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모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시리아에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면 이라크를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내 불안 해소를 시도하며 역풍 정면돌파에 나섰다.

외신들에 따르면 그는 또한 시리아 철군 결정과 관련,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고방식에 동조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비판론을 거듭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독일을 들러 람스타인 공군기지 내 미군 부대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다만 이라크 방문 기간 당초 예정됐던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만남은 취소됐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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