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폭주에 초라해진 '원자력의 날'

‘제8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기념식이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JW메리어트 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흔히 ‘원자력의 날’로 불리는 이날은 원자력 관련 연구진과 학계·산업 종사자들의 최대 잔칫날임에도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짓눌려 행사 분위기가 썰렁하다 못해 침울했다고 한다. 기념식은 원자력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장관 두 명이 모두 빠진 가운데 차관이 대신 참석해 나락으로 떨어진 국내 원전산업의 현주소를 말해줬다.


원자력의 날은 2009년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처음 수출한 것을 기념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국내 원전산업은 해외 첫 수출을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기술진이 독자 개발한 한국표준형 원전(APR1400)은 안전기준에 관한 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과 유럽의 인증 기준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손에 잡히는 듯했던 2호 수출은 탈원전정책으로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은 미국으로 기우는 분위기이고 영국 원전은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잃었다. 자기 땅에서 폐기 대상인데 누가 원전 건설을 맡길까 하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벌써 과학기술 인력의 산실인 KAIST 원자력·양자공학 신입생은 상·하반기 통틀어 단 네 명에 그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빈사 상태에 내몰렸고 한국수력원자력은 하루아침에 적자기업으로 추락했다. 산업생태계가 황폐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탈원전이 세계적 조류라는 정부의 강변이 ‘가짜뉴스’임은 판명됐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에 돌입했고 대만마저 국민투표 끝에 탈원전 속도 조절을 결정했다.

원전은 60년 공들인 끝에 이제 세계 1위를 넘보는 산업이다.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하면 복구조차 어렵다. 재앙을 초래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 단추는 탈원전 로드맵에 포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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