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강한 규제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공정거래위원회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간부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간부들의 불법 취업에 관여한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겐 각 징역 2년,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한 지철호 현 부위원장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벌금 1,000만원부터 징역 1년 6개월 등의 형을 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국민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보장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공정위에 제재 권한을 부여했다”며 “공정위는 이 같은 권한을 자신들의 ‘인사 적체 해소’라는 조직 이기주의적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기업과의 유착은 그간 준사법기관을 자처해 온 공정위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켰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검찰은 “이처럼 조직 차원의 목적으로 장기간 자행된 비위의 최종 책임을 실무자에게만 귀속시킨다면 어떤 국민도 결과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 높은 지위에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른 기관에도 이와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재판부에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 편법 행위에 준엄한 경고와 시정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정 전 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직하면서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이 기간 동안 16곳의 기업이 압박에 못 이겨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나타났다. 또한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대기업에 자녀 취업을 청탁해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현재 받고 있다. /변문우 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