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키우고 있는 반려견 이름)이는 그날 밤 예전과 달리 몹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책을 갔다 온 후라 힘들어서 그러느니 했다.
물론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았지만 그날 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새벽 마치 꿈결 속에서 들리는 듯 한 묘한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귀에 와 닿았다.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바로 화장실이었다. 문을 연 순간 꿈틀꿈틀 몸짓을 하고 있는 새끼들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새벽에 홀로 6마리의 새끼를 낳은 어미. 치열한 삶처럼 새끼들은 젖을 먹을 때도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출산의 사연은 이랬다. 와이프가 그날 자정쯤 기쁨이 숨소리가 심상치 않았던지 급히 화장실로 옮겨 놨단다. 그리고 꼬박 새벽을 홀로 출산을 한 것이다. 탯줄을 스스로 끊고 제 몸속에서 나온 새끼들을 혀로 깨끗이 핥으며 돌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생애 처음 목격한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4마리인가 싶더니 1마리가 더 있고 또 1마리 더. 기쁨이를 안정시키려고 문을 닫고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 보니 어미 옆에 깊이 잠이든 듯 꼼짝도 하지 않는 새끼 2마리가 누워 있었다. 이미 숨이 멎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렸다. 어미는 다른 새끼들을 돌보느라 그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새끼들. 어미는 그 슬픔을 느낄까.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마음이 무거웠다. 모두 6마리의 어린 생명은 눈을 감은 채 어미 품속을 파고들며 젖을 먹었다. 그렇게 첫 날을 보낸 녀석들은 이제 2주째 접어들었다.
젖을 배불리 먹고 편안한 잠을 즐기는 어린 강아지들.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우리 가족에게 와 준 6마리의 새끼들. 새근새근 잠을 자는 모습이나 이제 곧 눈을 뜨면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닐 광경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석 달 정도 될까 말까다. 모두 기를 수 없는 현실 탓에 새 주인을 찾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리만 우리가 직접 키우고 나머지는 분양하기로 했다. 마침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니 몇 마리 달라는 고마우신 분들도 계신다. 사실 동물을 키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수년간 같이 할 자신이 없으면 안 되기에. 몇 달 뒤 떠나보내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것 같다. 너무 정들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서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살아가기를 빌어본다. 아무튼 이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