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증은 얼굴이 수시로 붉어지고 화끈거려 괴로운 질환이다. 심한 경우 통증이 동반되고 딸기코(주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백인·성인에게 많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증상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난치성 질환이지만 발병원인·악화요인 등이 밝혀지지 않아 뚜렷한 치료방법도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환자들은 진한 화장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거나 증상 완화를 위해 진정제·항우울제·심장안정제 복용, 안면 레이저 시술을 받기도 한다.
안면홍조증은 자율신경계 중 하나인 교감신경의 병태생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안면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을 일부 절단해 그 기능을 부분적으로 저하시킴으로써 홍조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해왔다.
그러나 안면홍조가 발생·악화하는 데 있어 교감신경의 역할은 아직 미지수이며 교감신경절단술로 호전되는 정도와 그 이유도 알지 못한다. 서양에서 발표된 많은 연구논문은 교감신경절단술의 효과가 85~95%라고 높게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완치가 아니라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된 증례를 의미한다. 또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평소 땀이 많이 나지 않던 가슴·하반신 등의 부위에서 땀이 과도하게 나오는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가장 장기적·효과적인 홍조증 치료방법이지만 적용하려면 환자의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보상성 다한증을 최소화한 교감신경차단술을 개발해 지난 수개월 동안 40여명의 안면홍조증 환자에게 시행했다. 홍조 증상은 감정홍조·온도홍조·평시홍조·주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술 결과 대부분 환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감정홍조에 특히 효과가 좋았다. 감정홍조 이외의 홍조 증상들은 교감신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적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홍조가 주된 증상인 환자들에게 보상성 다한증을 예방하는 교감신경차단술을 시행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법 아닐까. /박재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