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 현실이 된 경기하강]생산·투자 동반하락에 기업심리도 최악..."불황 장기화 우려"

'동행·선행지수 6개월 연속 동반하락' 2004년후 처음
'버팀목' 반도체 부진에 생산·투자 다시 고꾸라져
통계청, 내년 상반기에 '하강국면 전환' 선언 가능성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자동차 대리점이 손님 한 명 없이 썰렁하다. 정부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는 등 내수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기 하강 우려에 소비 심리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권욱기자

28일 나온 ‘2018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가 꺾였으며 하강하고 있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이상 하락할 경우 경기 전환 여부를 검토한다. 이미 동행지수는 8개월 연속, 앞날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6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양대 지표가 6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면서 내년 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경기전환 선언 검토=통계청의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2)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부터 8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2004년 7개월 연속 하락을 넘어서 가장 긴 하락세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국내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했음을 통계청이 공식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6개월 이상 하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경기 전환점 선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되면 올해 경기 하락 국면 전환 시점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달 대비 0.2포인트 내린 98.6을 기록했다.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2009년 4월 최저치(98.5)에 근접한 수치다.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2004년 5~10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 버팀목’ 반도체 부진에 생산·투자 감소 전환=경기 하락은 ‘경제 버팀목’이던 반도체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달 전 산업 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달에 비해 0.7%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달보다 5.2% 줄면서 광공업 생산에 영향을 준 것이 컸다. 믿었던 반도체 생산이 부진한 이유로는 서버용 D램(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조정) 및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꼽힌다. 지난달 D램 반도체 수출물가는 전달보다 2.0% 떨어지면서 올해 8월(-0.1%)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가 과잉 생산되고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반도체 가격·생산 모두 조정에 들어갔다”며 “내년 초에도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올 4·4분기 영업이익은 13조원 후반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 분기(17조5,700억원)에 비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가 괜찮은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꺾이는 시점이 빠르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내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하락을 상쇄해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설비투자도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도 전달에 비해 5.1% 줄었다.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6.1%)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3.1%) 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설비투자는 SK하이닉스의 청주 반도체 공장이 준공된 9월에는 전달 대비 3.0% 증가했고 10월에도 2.2% 올랐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마무리된 영향으로 설비투자가 감소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만 놓고 보면 앞으로 반도체 업황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 자동차도 반등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 심리도 ‘꽁꽁’=기업들도 움츠러들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2월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72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업황 전망지수도 2016년 8월(7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1월의 전 산업 업황전망 BSI는 71로 나타났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했는데 호조세가 줄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업 심리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에 내년 경기 상황도 낙관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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