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두 정상의 구체적인 언급 내용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내년 초 북미 대화 일정과 맞물려 미국과 중국이 대북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 후 트위터에서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가 “길고 매우 좋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이어진 통화에서 무역이슈 뿐 아니라 양국의 중요 공통 관심사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할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신화통신도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미중 정상이 이날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상황과 같은 국제적·지역적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어 시 주석이 북미 간 추가회담을 지지하며 긍정적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미중 무역협상 순항을 희망하는 중국이 미국 측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북중 밀착 행보를 당분간 자제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중국이 북미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신경에 거슬리는 대북 사전 코치를 자처해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무역협상을 지렛대 삼아 북한과의 핵 담판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공조 카드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 및 제재해법 마련 과정에서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동시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하며 적절한 중재역은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3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은 전날 인민일보·중국중앙(CC)TV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면서 “북미 양측이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면서 싱가포르 공동 성명의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