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공기관 해외출장 실태점검 및 후속조치 이행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의원 38명이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해외출장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추가 조사한 결과 적법한 지원이거나 기관 책임이라서 수사 의뢰 등 제재대상이 없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7월엔 같은 의혹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익위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공공기관 해외출장 실태점검 후속조치 이행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5∼6월 권익위는 범정부점검단을 꾸려 1,4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6년 9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해외출장 지원실태를 점검했다. 권익위가 7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감·산하기관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 등 96명(51건)과 직무 관련이 있는 민간기관·단체의 지원을 받은 공직자 165명(86건)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권익위는 조사권이 없어 서면점검 결과를 해당 감독기관·소속기관에 통보해 추가조사를 하도록 했다.
권익위가 이날 발표한 총 261명(137건)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 수사 의뢰·징계 요구 등 청탁금지법 위반에 따른 제재 필요대상으로 분류된 사람은 16명이었다. 이들 모두는 민간의 지원을 받은 경우다. 즉, 피감·산하기관의 출장지원을 받은 국회의원 38명,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 상급기관 공직자 11명 등 96명은 모두 제재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지난 7월에는 이들에 대해 ▲ 공식적 행사로 인정되기 어려운 해외출장 ▲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권익위는 이날 “추가로 드러난 사실관계, 법령·기준에 따라 해외출장 지원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산하기관이 예산을 출연한 중앙부처와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이고 사업계획에 따라 사업 총괄 공직자가 공식행사에 참여한 경우는 청탁금지법상 ‘직무와 관련한 공식행사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한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별도 법령·기준에 맞게 외국기관과의 교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교류 대상자로 선정된 감독기관 공직자를 지원한 경우는 청탁금지법상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60명(28건)에 대해서는 예산이 편성됐고 사업계획서에 따라 출장을 갔지만, 제도의 미비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해당 기관에 제도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가령, 중앙부처가 관행적으로 감사·감독기관 공직자에게 선진사례 연구 등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경우, 공직유관단체가 해외 출장 대상을 감사·감독기관 공직자으로 한정할 합리적 사유가 없음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현장시찰 등의 목적을 가진 해외출장을 지원한 경우 기관통보조치가 이뤄졌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입법 취지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고 그 결과를 내년 2월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직무 관련 민간기관에서 출장 지원을 받은 165명(86건)과 관련해서는 149명(74건)에 대해 계약이나 협약의 존재가 추가로 드러나거나, 법령·기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나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추가조사에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해 제재 필요대상으로 분류된 사람은 16명(12건)이었다. 대구테크노파크 한방지원센터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민간기업이 센터 직원 1명의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한 사례, 강원도에서 계획 중인 k-cloud park 친환경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민간기업이 강원도 공무원의 견학 출장비용을 지원한 사례 등이다. 대전광역시, 서울 서대문구, 충남 아산시, 경북 영덕군, 육군본부, 경북 경산교육지원청, 건설근로자공제회,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공무원이 직무 관련이 있는 민간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사례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봤다. 제재 대상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소속기관에서 수사 의뢰, 과태료 부과, 징계 등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수사 의뢰를 하진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7월 발표와 후속조치 결과의 차이가 큰 점에 대해 “7월에는 서면점검 결과를 발표했던 것인데 후속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감사·감독기관 공직자의 국내외 출장에 대한 피감독기관의 부당한 지원이나 과잉의전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 해석기준을 보완해 직무관련이 있는 공직자에 대한 해외출장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