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미니스톱 매각 장기화되나 …“롯데·日 이온그룹 기싸움”

인수후보 롯데로 좁혀지면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바뀌어


편의점 업계 5위 미니스톱 인수전이 결국 해를 넘겨 장기화 될 전망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를 운영하는 롯데그룹이 사실상 우선협상자로 낙점된 가운데 가격 및 세부 조건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며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전에 한 발 물러선 상황이라 롯데그룹 위주의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 미니스톱 매각을 주도하는 일본 이온그룹은 이번 거래 종결 시점을 내년으로 넘긴다. 당초 최종 우선협상자 발표는 이달 중순께 예정돼 있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주주들 사이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회사들의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것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미니스톱 주주들의 이견이 매각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국 미니스톱 지분은 일본 이온그룹(76.06%)과 국내 식품기업 대상그룹(20%)이 주요 주주다. 일본 미쓰비시도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거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일본 이온그룹의 주요 주주는 미쓰비시 상사, 미즈호은행, 농림중앙금고 등 일본에서도 보수적인 기업들이다.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의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과 같은 대형 유통기업이다.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했던 신세계그룹과 글랜우드PE는 손을 놓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과 글랜우드PE는 가격이든 조건이든 이온그룹에 추가 제안을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인수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사실상 롯데그룹과 일본 이온그룹의 인수 협상이 됐다는 얘기다. IB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번 인수전에 4,000억원 이상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글랜우드PE는 3,500억원 안팎으로 베팅했다. 현재 편의점 시장이 포화 단계에 왔고 롯데그룹 외에는 한국 미니스톱 지분을 인수할 기업이 없다보니 협상력도 롯데그룹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GS25나 씨유 등 선두권 경쟁자보다 미니스톱은 대형 상권 내 우량점포가 적다”며 “이런 미니스톱에 롯데그룹이 큰 금액을 베팅한 만큼 협상력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미니스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7% 감소했다. 미니스톱 매장은 지난 10월 기준 2,533개로 국내 5위권이다.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점포를 합치면 1만2,080개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씨유(1만3,100개), GS25(1만3,020개)와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올라선다.
/박호현·임세원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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