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시간 포함'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기존과 달라지는 것 없어…경영계 반발은 계속될 듯

이낙연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것을 명문화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규범이 명확해졌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혼란은 일단 줄어들겠으나, 경영계는 시행령 개정에 반발하고 있어 주휴수당 존폐 문제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하에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이었으나 부처간 이견이 일자 수정안을 마련,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개정 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수정안 입법예고에서 시행령 개정 이유에 대해 “주휴수당이 포함된 주급 또는 월급을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이를 나누는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이 포함되는지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적용 기준 시간 수에 주휴시간이 합산됨을 분명히 함으로써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급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불필요한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월급제 사업장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기본급을 포함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임금을 모두 더하고 이를 한 달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으로 나눠 ‘가상 시급’을 산출, 최저임금과 비교하게 된다. 이 때 가상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으면 최저임금 위반이다.

지금까지 노동부는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부터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행정지침을 유지해왔다.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므로 이를 나누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도 주휴시간을 넣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에서다.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이를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넣는 행정지침 무력화를 요구해온 경영계는 이번 명문화로 그 가능성이 흐려지자 강한 반발에 나섰다. 과거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을 때는 경영계도 행정지침을 수용해왔다. 그러나 2007년부터 대법원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제외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기 시작하자 이를 근거로 행정지침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높은 폭으로 오르자 반발 수위도 세졌다. 일부 대법원 판례로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이 커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규범이 부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행정지침을 명문화함으로써 규범을 명확히 하고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개정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 수와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수를 합산한 시간 수’로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한, 이른바 주휴수당에 관한 조항이다. 개정 시행령은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시간, 즉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했다.

한편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이 아닌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시간은 제외하도록 했다. 약정휴일수당도 최저임금 산정에서 빼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따라서 가상 시급을 산출할 때 분모와 분자가 같은 비율로 줄어들기 때문에 가상 시급에는 변화가 없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막는 게 어려워지자 주휴수당 폐지론을 제시했다. 선진국에는 주휴수당이 없으므로 우리도 없애야 한다는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카드다.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은 1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휴일에 일하지 않고도 받는 1일치 임금이며, 한국 외에도 스페인, 멕시코, 대만,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태국,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 있는 제도다. 주휴수당은 1주일 동안 일한 노동자의 재생산을 위한 휴식에 드는 비용을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이던 시절 노동자가 1주일 중 하루라도 쉬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여년 동안 존재해온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문제다. 주휴수당이 사라지면 수많은 직장인의 월급이 대폭 축소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0월에도 주휴수당 폐지론이 나오자 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휴수당을 폐지한다면 노동자 1인당 월급 삭감액이 평균 48만5,000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복잡하고 기형적인 국내 임금체계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임금구조는 노동자가 받는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급에 비해 상여금 등의 비중을 지나치게 키운 상태다. 따라서 주휴수당 문제도 이런 임금체계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맥락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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