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총선이 실시된 30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의 한 투표소에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오른쪽)가 투표 후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다카=로이터연합뉴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30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4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이날 선거는 야당 탄압과 유혈 충돌, 부정선거 의혹 등 여러 논란 속에 진행됐지만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이 전체 선거구의 절반 이상에서 압승하며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오전 비공식 개표 집계 결과 AL을 포함한 여당 연합이 298개 선거구(전체 선거구는 300곳) 중 절반을 훌쩍 넘는 287곳을 싹쓸이했다고 밝혔다.
1991년부터 AL과 방글라데시 정국을 양분해온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승리한 선거구는 6∼7석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BNP의 리더이자 하시나 총리의 오랜 정적 칼레다 지아 전 총리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이번 총선에 나오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의 노골적인 야당 탄압과 언론 통제가 빚어지는 등 선거 캠페인부터 일방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야당 연합 측은 총선을 앞두고 1만5,000여명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됐고,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BNP 후보 152명이 여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관계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당일인 30일에도 여야 지지자 간 유혈 충돌 등으로 18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야당 측은 선거 불복 선언을 하고 나섰다. 야권 연합을 이끄는 카말 호사인은 30일 밤 “이번 선거는 완전히 조작됐고 웃음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재선거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하시나 총리가 재집권하더라도 야권의 장외 투쟁과 폭력 사태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그는 지난 2014년 1월 총선에서는 아예 야권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총선’을 강행, 총리직을 차지한 바 있어 이번에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압 정치를 내세워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시나 총리는 초대 대통령을 지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딸이다. 그는 라만이 1975년 군부에 의해 암살되자 1980년대부터 AL을 이끌었다. 이후 1996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