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양대 노총 파괴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이명박 정부 시절 ‘어용 노총’을 설립하고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3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이 전 장관과 원 전 원장,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 5명을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던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정책 등에 반대하던 민주노총 등을 분열시키고자 국정원 특활비 1억7,700만원을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의 설립 자금으로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2011년 11월 출범한 국민노총은 ‘생활형 노동운동’을 내걸고 양대 노총과 거리를 뒀다. ‘MB노총’으로 불리며 세력화를 시도하다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국노총에 통합됐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6월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하면서 “고용부가 제3노총 설립을 기획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이 7월 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원 전 원장은 각종 정치공작을 지시하고 국정원 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여러 건의 재판을 받는 가운데 다시 재판이 추가됐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