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 밑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시진핑 지도부의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 1월 초부터 베이징에서 본격 시작될 미중 무역협상단의 대면 논의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입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극적인 타개책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제를 챙겨온 총리 대신 경제까지 틀어쥔 시진핑 지도부가 내년에는 성장률 발표 대신 새 정책목표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경제전망 부담을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중국 공식 PMI는 49.4로 중국 제조업 분야의 활동이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 본격 내리막을 탄 PMI는 11월에 50.0으로 간신히 기준선을 지켰지만 새해를 앞두고 49.4로 주저앉으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새해 중국 경제전망에 찬물을 뿌린 셈이다. 2일에는 당국과 별도로 자체 PMI를 조사해 발표하는 민간매체 차이신의 12월 제조업 PMI도 발표되지만 시장 전망치(50.2)를 밑도는 우울한 결과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1월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전년동기 비 27.6% 감소한 136억달러에 그쳤으며 1~11월 누적 규모도 전년동기 비 1.2% 감소했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의 중국 본토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8일 3,010.65로 마감해 세계 주요증시 가운데 최악의 낙폭인 25%를 기록했다.
지도부가 몰려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주변에서는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당국이 비교적 신중한 부양책을 내놓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내년에 완화적 통화 정책,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비롯해 세금과 행정비용 대폭인하 정책을 펴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드러났다.
문제는 성장률 악화를 막는 부양정책을 택할 경우 중국의 고질병인 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시진핑 지도부의 구조개혁 의지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부채를 감수하고 대형 인프라 투자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택할지, 아니면 고용불안과 사회불안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고통스러운 개혁을 택할지 시진핑 지도부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성장률 발표 대신 새 정책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가 본격화한 2016년 연초 전인대에서 성장률 목표를 사상 처음 6.5~7% 구간으로 내세우면서 성장률 목표 달성의 부담을 우회적으로 피해 나갔으며 2018년에는 6.5% 수준 안팎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성장률 목표치를 희석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폴슨연구소의 다미엔 마 공동 설립자는 “과거 20~30년간 중국 정부가 내세웠던 고정적인 성장률 전망을 더 이상 공식 목표로 삼지 않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낮은 경제성장률에 대해 보다 관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