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의혹을 받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연합뉴스
삼성그룹이 계열사 에버랜드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그룹 차원의 노사전략에 따라 노조 와해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 에버랜드 직원 김모·임모씨 등 13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011년 7월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조장희 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 설립이 추진되자 에버랜드는 간부급 직원 4명으로 구성된 어용노조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을 세웠다. 노동자들이 결성한 삼성노조는 같은 해 7월18일 설립신고증을 받았으나 사측은 이에 앞서 설립된 어용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 삼성노조의 교섭 요구를 원천봉쇄했다.
아울러 사측은 삼성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집행부와 노조원 가족들을 미행하는 등 사찰도 벌였다. 징계 명분을 만들려고 조 부위원장을 미행해 음주운전 여부를 감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를 불법수집한 강 부사장 등에게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강 부사장은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그룹 전체 노사 업무를 총괄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를 시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 계열사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며 강 부사장에게 서로 다른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삼성전자서비스에 이어 에버랜드 노조 와해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삼성은 그룹 차원의 노사전략을 바탕으로 조직적 노조 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의심을 받는다. 보안업체 에스원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에버랜드 차량 운행을 담당하는 CS모터스 등 삼성 계열사·협력사들의 대표 등이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여서 수사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