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는 1,000억개 정도의 뇌세포(뉴런)를 갖고 있고 각 뇌세포는 다른 1,000여개의 뇌세포와 연결돼 있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흔히 사람의 뇌와 비견되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도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에 기반한 복잡한 회로 시스템으로 구성돼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뇌세포처럼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한다.
요즘 PC에 사용되는 CPU의 동작 속도는 2㎓를 넘어선 지 오래고 CPU 안에 내장된 프로세서 코어의 수도 4개가 넘는 것도 많다. 그래서 덧셈이나 뺄셈과 같은 단순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는 1초에 수십억 수준을 상회하게 됐다. 반면에 사람의 뇌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최대 속도는 1초에 1,000번 정도라 컴퓨터에 비해 100만분의1 이하로 느리다.
이 수치만 보면 컴퓨터와 사람의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 항상 컴퓨터가 압도적인 성능을 보일 것 같은데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 떼를 볼 경우 사람은 나무에 소가 일부 가려지더라도 심지어 소 떼가 뒤엉켜 있더라도 순식간에 정확하게 셀 수 있지만 컴퓨터에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시속 250㎞ 이상으로 날아오는 테니스 공이 떨어질 위치를 계산하고 상대방이 수비하기 곤란한 위치에 공을 보낼 수도 있다. 계란처럼 껍질이 약한 물체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어떻게 쥘지 재빨리 알아낸다. 추론이나 상상력·감정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CPU, 사람보다 100만배 빨라도 추론력 한계
구글 TPU 등 동시다발 연산 가능한 AI 각광
사람이 컴퓨터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느리게 동작하는데도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그 답은 엄청난 병렬연산 처리능력, 뇌세포 간에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 및 탁월한 학습능력에 있다. 뇌세포는 다른 1,000여개의 뇌세포와 연결돼 있어 효율적으로 정보 전송이 가능하고 같은 정보를 여러 뇌세포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등의 대규모 병렬성으로 속도 차를 극복할 수 있다.
컴퓨터는 디지털 방식으로만 정보를 주고받는 반면 뇌세포 간 전달에는 디지털 방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해 대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또한 학습을 통해 뇌세포를 연결하는 부위(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조절해 숙달되면 이전에 비해 동작이나 응답이 훨씬 빨라지게 된다.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속도가 더욱 가속된다.
딥러닝 연구자들은 이러한 뇌의 효율성에 주목해 병렬성을 극대화시키도록 인공세포를 배치하고 그것을 연결시켰으며 학습에 의해 인공세포 간의 연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을 개발했다. 딥러닝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서도 기존 CPU와 달리 병렬연산을 극대화시킨 GPU나 구글의 TPU와 같은 AI 가속칩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딥러닝의 학습 방법 역시 뇌의 효율성에 근거한 많은 방식이 개발되거나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