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앙숙’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69) 민주당 상원의원이 31일(현지시간) 2020년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군 가운데 사실상 첫 출마 선언으로 새해의 시작과 함께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워런 의원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4분 30초짜리 영상에서 “미국의 중산층이 공격받고 있다”며 2020년 대선 예비선대위를 출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며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은 더 많은 파이를 원하기로 결정했고, 정치인들을 동원해 (그들의 파이를) 더 크게 자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나라에선 열심히 일하면 규정에 따라 그만큼 쉴 수 있어야 한다. 당신 자신은 물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연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산층을 되살리고 소득불평등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줄곧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인물이다.
워런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샌더스 열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당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파산법 분야 전문가인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약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췄다.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 개혁을 위해 창설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도 몸담았다.
2012년 매사추세츠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막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인종·여성 차별적 발언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주민(인디언) 혈통을 주장하는 그를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외신들은 워런 의원이 대선 레이스를 위한 모금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다른 ‘잠룡’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력주자로 분류되는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 세대교체의 선두주자인 베토 오루크(46) 하원의원, 커스틴 길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