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사의 수입 덤프트럭을 구매한 정환주(46)씨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말로 불만을 나타냈다. 공사 현장을 주로 다니다 보니 잦은 에어필터 교환이 필요하지만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두른다. B사의 에어필터 가격은 공임을 제외하고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국산 트럭을 운행하는 동료의 에어필터 교체비용(1만~2만원대)의 5배가 넘는다. 정씨는 “에어필터는 소모성 부품인데 가격 차가 5~10배가 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교체가 꼭 필요해 비싸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입 상용차의 차량 결함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 및 집단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상용차의 부품가격이 국산 부품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비싼 부품가격에 서비스 센터 등 부족한 정비 인프라도 국내 시장에서 수입 상용차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주요 수입 상용차 부품가격이 국산 트럭의 부품가격보다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25.5톤 트럭용 배터리 어세이의 경우 국산차 부품은 23만4,000원 정도였지만 수입 상용차 브랜드는 27만5,000~66만9,000원으로 최대 2.85배가량 비쌌다. 컴프레서 어세이 에어 역시 국산 부품은 78만원 정도였지만 수입 상용차의 부품은 110만~539만원대로 최대 6.91배까지 가격 차가 벌어졌다. 물론 국산 상용차보다 싼 부품도 있다. 25.5톤급 트럭 촉매 컨버터의 경우 국산차의 부품은 618만원 정도였지만 수입 상용차는 283만2,000원대부터 시작했다. 자동차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명이나 용도 등이 조금씩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같은 기능을 하는 국내 트럭 부품에 비해 수입 상용차 부품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럭이나 버스의 경우 일반 승용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고 장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승용차에 비해 교체 주기가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동력이나 제어·배기 등 쉽사리 고장이 나지 않는 장치의 부품가격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에어필터나 오토 텐셔너 등 교체 주기가 짧은 소모성 부품가격이 비싼 것은 차주(車主)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수입 상용차와 국산차 부품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유통 구조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수입 상용차의 경우 대부분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부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트럭이나 버스 등은 부품 자체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운송비 등 물류비가 많이 든다. 이때 증가하는 물류비가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가격에 옮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유통 과정의 특성상 부품가격 상승 이외의 간접 손실도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부품 조달 기간이 길어 차주가 부품 교환을 기다리는 대기 기간이 늘어 ‘운휴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부품 생산 공장이 없기에 발생하는, 수입 상용차 브랜드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비싼 부품가격 문제와 함께 일부 수입 트럭 운전자는 부족한 서비스 인프라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꾸준히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수입 상용차지만 서비스 센터 확충에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볼보트럭·만트럭·다임러트럭·스카니아·이베코 등 5개 수입 상용차 브랜드의 지난해 판매량은 4,400여대이며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4,113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 수입 상용차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센터는 100여곳에 불과하다. 제주도나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서비스센터가 없는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