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최저임금 8,350원이 적용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국내 손보사들이 지난해 지급한 보험금은 약 13조원인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보험금 상승분만 1.5%가량으로 추산돼 최대 2,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17년 11개 손보사들이 3·4분기까지 벌어들인 이익(2,437억원)과 맞먹는 수치로 이를 고스란히 반납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금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금 원가는 일반적으로 의료비, 자동차 수리비, 일용임금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일용임금은 최저임금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교통사고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망보험금·치료비·휴업손해·상실수익 등을 배상해야 하는데 이 중 휴업손해와 상실수익은 일용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휴업손해와 상실수익 보험금이 대인배상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대인배상 분야에서만 2~3%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 대인배상이 전체 자동차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1.5%는 순수 원가 상승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손보사들이 지급한 차보험금은 13조원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2,000억원 내외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역시 최저임금이 10.9% 상승해 이에 따른 일용임금 상승 등의 후폭풍이 올해 중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용임금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과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차보험료는 꽁꽁 묶어놓고 있는 상황에서 지불해야 할 보험금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자동차보험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원수보험료 기준)는 16조8,000억원이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판매실적(원수보험료)은 1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판매실적은 줄었지만 지난해 9월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4.8%포인트 상승한 83.7%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정비수가와 손해율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보험료를 최소 7%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3% 인상에 그쳤다. 손보 업계 고위관계자는 “올해 자동차보험료는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의 절반 수준인 표준 정비요금 인상분 2.9%만 사실상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며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적자를 떠안게 되면 보다 못한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기습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5~8%의 차보험료 인상 카드를 제시했지만 금융당국은 인터넷보험 확대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다”며 “지난해 11월 일부 손보사가 보험개발원에 요청한 자동차보험 요율 검증에 대해 당국이 퇴짜를 놓는 등 가격 개입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데 (손보사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항변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