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풍파에도 축전 오간 G2]화해제스처 속 패권전쟁 이어질 듯

習 "협력이 최상선택, 역사가 증명"
트럼프 "건설적 미중관계 최우선"
덕담 보냈지만 경쟁구도 굳어져
무역 넘어 新냉전 우려 고조


무역전쟁에 따른 풍파의 한가운데 있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1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서로에게 축전을 보내며 올해 양국관계 진전을 희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양국관계가 비바람을 겪으면서 역사적 발전을 이뤄왔다”며 “미중 수교는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을 안겨줬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번영에도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했다. 특히 시 주석은 90일간 진행되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듯 “나는 미중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한다”며 “협력이 쌍방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역사가 충분히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시 주석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여러 해 동안 양국관계가 큰 발전을 이뤘다”면서 “발전 협력과 건설적 미중관계가 나의 우선사항”이라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수교 후 40년 동안 양국관계가 냉전시대 소련을 견제·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자에서 글로벌 패권을 겨루는 경쟁상대로 변모하며 신(新)냉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두 정상이 무역전쟁 휴전의 와중에 보인 또 하나의 유화 메시지다. 다만 이미 첨예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양국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수교 40주년을 맞은 올해도 미중관계는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양국은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 중국 주석이 지난 1979년 1월 미국을 방문해 지미 카터 대통령과 악수하며 서방에 죽의 장막을 열었다. 이후 양국관계는 미소가 냉전종식을 선언한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를 계기로 악화하면서도 협력적 관계를 어렵사리 이어왔다. 하지만 국력이 커진 중국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가 주도로 육성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한 상황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자 미중관계는 지난 수십년 이래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개혁개방 40년에 걸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도약에 위협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선언하고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에 대한 본격 견제와 압박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도 이에 팽팽히 맞서 양국 갈등은 전방위 패권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40년 전 역사적인 미중수교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1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워싱턴포스트(WP)에 낸 기고문에서 “30년간 적대관계의 종지부를 찍고 세계 번영의 두 기관차가 된 미중 간의 중차대한 관계가 오늘날 위기에 처했다”면서 미중 간 신냉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 정부 보고서들은 패권 도전에 매몰된 중국이 미국을 아시아에서 내몰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약화시킬 계획을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위관리들이 이처럼 위험한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미중 간 현대판 냉전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중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무역 불균형과 지식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이전 등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중국이 미국의 현안에 간섭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미국 역시 중국의 국민통치 방식과 지도자 선출 방식 등에 대해 명령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