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박 모 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이 추진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세원법 제정 추진은 병원에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다시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해달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른 것이다. 법 제정 추진은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학술단체로, 고인이 몸담았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가 주도하기로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안전한 진료환경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게 유족들의 유지”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여론을 수렴하겠지만, 위급상황 시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대피할 수 있는 뒷문을 만드는 등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도 법 제정 때 고려하겠다”면서 “이미 몇몇 국회의원과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한 만큼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진료 중인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고인은 생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걱정하고 치유과정을 함께 하면서 평소 환자를 위해 성실히 진료에 임했다”면서 “지난 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회의를 갖고,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일선 정신과 진료현장의 안전실태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료실 내 대피통로(후문) 마련과 비상벨 설치, 보안요원 배치, 폐쇄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 유지 여부 등이 주요 점검 사항이다. 정신과 진료 특성상 의사와 환자가 1대1로 대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반영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다만, 복지부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으로는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치료를 중단한 중증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치료지원 강화를 위해 지난해 8월 지원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퇴원 정신질환자 정보 연계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며, 비자의입원 환자에 대해 퇴원의 조건으로 1년의 범위 내에서 외래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협의 중이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