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추진하던 중국과의 원전 협력으로 튀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이츠가 회장으로 있는 미 에너지벤처 기업 ‘테라파워’에서 중국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CNNC)과 3년 이상 진행해온 차세대 원전 신기술 프로젝트가 미국의 대중정책 변화로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테라파워는 미 정부가 신규 규제로 중국과의 협력사업에 제동을 걸자 새 파트너 찾기에 나섰지만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할 상대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파워는 열화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 기존보다 싸고 안전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진행파원자로(TWR·traveling-wave reactor)’ 기술을 개발해왔다. 테라파워는 미국 내 각종 규제와 연방자금의 제한으로 국내에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지난 2015년부터 중국 CNNC를 파트너로 선정해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 에너지부에서 해당 기술이 군사적 목적 등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높은 수준의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새 규정을 신설하며 프로젝트가 벽에 부딪쳤다. WSJ는 미 에너지부가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중국 첨단기술 획득을 저지하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을 신설했다고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의 랜돌프 벨 글로벌에너지센터 소장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는 분명한 위협이지만 미국의 새로운 정책은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의 길을 막는 것은 물론 중국이 차세대 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위험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지난해 12월29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시험용 원자로를 미국 내에 건설할 수도 있지만 기존 규제가 바뀌어야 가능하다”면서 “세계는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많은 해법 마련에 착수해야 하고 선진 원전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어 미국 지도자들이 이 게임에 들어오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